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오늘로 벌써 20일째를 맞는다. 국민생활의 불편은 물론 이미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까지 왔는데도 파업이 지속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더 이상의 파업은 노사 공멸을 가져올 뿐이란 점에서 조종사들은 당장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것이 상생하는 길이다. 실제 파업기간 동안 관련업계의 피해액은 3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핵심 수출산업인 IT산업의 수출지연과 주문량 감소가 두드러지면서 8월 수출 전망마저 불투명하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기도 하다. 내수회복이 더딘 마당에 수출길마저 막힌다면 경기회복이 더욱 어려워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차원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이 검토되는 것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측은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대한항공 노조와 연대파업을 벌이겠다는 등의 험악한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세계 항공산업 사상 유례가 드문 장기 파업을 벌이면서 과연 무엇을 위해 투쟁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아나 조종사노조는 미국의 팬암 유나이티드항공 등 한때 잘 나가던 항공사들도 장기파업으로 인해 파산의 길을 걸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최선의 방법은 긴급조정권 발동보다는 지금이라도 노사간 협상을 통해 파업을 끝내는 것이다. 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이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노사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질 뿐 아니라 이미 실추된 대내외 신뢰도가 더욱 떨어져 회사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명분으로든 파업은 더이상 지속되어선 안된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 방침을 밝힌 이후 아시아나항공 최고경영자들이 노조위원장을 만나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따라서 노사 양측은 결과적으로 커다란 후유증(後遺症)만 가져올 긴급조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도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특히 지금 아시아나항공 노사간에 첨예한 협상 쟁점이 되고 있는 경영권이나 인사권 같은 사안은 노사협상의 대상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노와 사, 정부 모두 소탐대실(小貪大失)의 누를 범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