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무 살에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었고 스물넷에 백만장자가 됐다.


아이콘 클릭만으로 프로그램을 열 수 있는 매킨토시까지 개발했다.


그러다가 서른 살에 자신이 만든 회사인 애플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곧 최초의 3D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인크레더블'의 성공을 딛고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다시 애플의 1인자로 돌아온 그는 CD롬을 장착한 아이맥(iMac),MP3 시장을 석권한 아이포드(iPod)를 히트시키며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iCon 스티브 잡스'(제프리 영.윌리엄 사이먼 지음,임재서 옮김,민음사)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꿈과 좌절,그리고 부활의 드라마를 담은 평전이다.


이 책은 독단과 아집,기벽으로 악명을 떨친 그의 '엉뚱한' 면과 아이디어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에 불타는 '천재 마니아'의 '기발한' 면,죽음과 좌절의 문턱을 넘어 세계 정상에 다시 서는 재기의 과정을 차분히 보여준다.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차례로 장악한 세기의 천재.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1976년 허름한 차고에서 출발한 애플을 5년 안에 500대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실제로 그는 황무지에서 그 꿈을 이뤄냈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 때문에 존재감과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늘 시달렸지만 자신의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고도 애플 신화의 창조자로 우뚝 섰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 최대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컴퓨터와 영화,음악 시장을 장악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자신의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비전이었다.


"시장조사는 하지 않았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할 때 시장조사를 했느냔 말이다.


천만의 말씀.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혁신이다."


그는 시대를 너무 앞섰기 때문에 시장에서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늘 승리자가 됐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 일가견이 있었던' 것도 그였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한' 것도 그였다.


그래서 "에디슨보다 엉뚱하고 빌 게이츠보다 창조적인 하이테크 스타"라는 말이나 "매년 50%씩 오른 애플의 주가에는 '잡스 프리미엄'이 있다"는 평가가 커다란 설득력을 지닌다.


그는 미국 기업인들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창의성 있는 경영자'로 선정됐고 그가 이끄는 애플사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로 꼽혔다.


지난해 그는 죽음의 선고를 받았지만 종양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한번 부활했다.


수술 후 그는 애플 전 직원에게 "저는 이 메일을 병원 침상에서 17인치 파워북 컴퓨터와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무선표준지원장치)를 사용해 보냅니다"라며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그의 회복 소식으로 주춤했던 애플과 픽사의 주가는 금방 정상을 되찾았다.


얼마 전 명문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한 연설의 '늘 배고프고 늘 어리석어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마지막 문장처럼 지금 미니맥(Mini Mac)을 들고 빌 게이츠로부터 컴퓨터 왕국을 되찾으려는 그의 모습을 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432쪽,2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