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 코리아리서치 회장 yjpark@research-int.co.kr > 사람의 능력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능력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알았던 능력 있는 친구가 있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였다. 성실함과 유머감각 덕에 자연히 사람과 인기가 따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이 도도함으로,건방짐으로 변질되면서 그 친구에 대해 아쉬운 감정이 쌓여갔다. 말 그대로 2%의 부족분이 목구멍에 가시처럼 느껴진 것이다. 점점 맘고생을 하면서 나 자신과의 타협이 필요했다. 그 친구의 장점만을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그 친구를 칭찬했다. 한참 지나니 식어가던 애정도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더 소중했던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인정을 그 친구에게 도로 받으면서다. 오히려 부끄러웠고 고마웠다. 괴로움을 갖지 않기 위해 선택한 소심한 나의 전략(?)이 나 자신을 자유롭게 만든 것이다. 그때 많이 느꼈고 배웠다. 일을 매개로 산뜻하고 유쾌하게 시작하는 만남은 아주 많다. 그러나 끝까지 좋은 인연으로 남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변한다. 주위의 인정과 칭찬이 많아질수록 겸손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빛나 보인다. 친구도,부부도,부모자식 사이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일수록 서로의 단점으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 후로 사람으로 힘들어지면 내 스스로 장막을 쳐놓고 외면했던 상대의 장점을 들추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지금은 누구든 만나게 되면 장점을 애써 찾아 마음 한복판에 올려놓는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장점을 존중받고 인정받으면 우쭐하기보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마련인 것 같다. 마음속 깊이 미안함과 감사함이 발동돼 좋은 에너지가 생성되기 때문이다. 대접받지 못하는 데서 생긴 미움과 경쟁적 오기심은 수그러든다. 맹렬하고 쌩쌩한 찬바람이 아닌,부드러운 햇빛이 두꺼운 외투를 벗게 만들었던 어린 시절 동화 이야기는 나이가 들수록 진정 공감이 간다. 상대를 인정하면 사람,국가,인종,문화 간에도 충돌이 없을 것 같다. 인간의,사회의,세상의 성숙함의 기본이야말로 좋은 면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도 그 친구를 가끔 만난다. 참 장점이 많은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