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우수기업] 이계형 한국표준협회장 "품질활동 지원시스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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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성공적으로 현지에 정착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인이 바로 '품질'문제입니다."
이계형 한국표준협회 회장은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날 수록 품질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이 회장은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 및 마케팅'을, 중국에서는 '생산'을 수행하는 국제 분업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중국 현지 생산품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고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설명대로 중국은 포천(Fortune)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과 일본·대만의 유수기업들이 모두 투자하고 있는 '투자의 블랙홀'.중국 내에 설립된 우리 기업들의 현지법인수도 총 1만건을 넘어섰다.
이 회장은 "중국의 특별행정구로 편입된 홍콩, 다국적 자본의 근거지인 버지니아제도에 이어 한국은 대중국 투자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어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미국 등을 제치고 중국 최대의 해외투자처가 된 셈"이라며 "이렇다 보니 중국은 세계 상품의 올림픽장이 되고 내수시장의 상품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현지 실패율이 높아지면서 중국 진출기업의 성공적 정착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중국 진출 기업의 수익구조를 살펴봐도 손익 분기점 도달에 평균 40개월이 소요되며 진출기업의 29.1%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익분기 수준에 겨우 도달한 기업이 약 40%, 흑자 기업은 겨우 30%대에 머물고 있어 중국 진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런 실패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는 중국진출 기업에 대한 성공·실패 사례 정보 등을 제공하는 한편 중국에 주재하는 지원기관인 KOTRA, 무역협회, 중진공, 상공회의소 등을 네트워크화해 현지 활동을 유기적이고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이런 정책에서 간과한 부분이 바로 현지 진출 기업의 품질활동을 지원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실제 중국 진출 기업의 애로 요인 가운데는 현지 인력 확보, 고용 유지 등이 큰 애로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의 뒤떨어진 품질의식에 따른 품질 제고 문제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체계적인 품질 활동을 통해 일정한 품질 수준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중국 내 현지판매나 생산제품의 제3국 수출 모두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해결 과제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에 이미 9500사가 넘게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은 이 같은 활동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재원 등 여러 사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기업들도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품질혁신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어 우리도 이들과 경쟁하려면 현재 공백상태인 품질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 지원시책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품질 활동 지원정책은 확실하고도 가시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중소기업 본연의 역량에 맞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소기업 지원책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크고, 타율적이고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기업의 발전·변화를 유도하는 반면 품질관리 활동은 과학적 관리기술을 활용해 전 종업원이 자율적·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어서 기대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근로자의 반발 심리를 최소화하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고도의 혁신활동이 필요하다"며 "양질의 생산품,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는 자본과 기술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만큼 중국진출 기업의 품질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의 대중국 투자가 지난해 36억3000만달러, 전체 해외 투자의 45.8%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중국 투자의 성공 여부는 우리 경제의 성공과도 직결되는 만큼 중국진출 기업의 성공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