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나이들의 의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5월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박무택 등반대장과 백준호·장민 대원이 정상에 오른 후 하산길에 조난당하자 산악인 엄홍길은 이들의 영정 앞에서 이렇게 약속한다.


"내가 너희들을 데리러 가겠다."


세계 등반사에서 유례가 없는 8750m 고지에서의 시신 수습작업.박 대장의 시신은 그 위치라도 확인됐지만 백준호와 장민은 실종된 상태.국내외 산악계의 '불가능' 전망에도 불구하고 엄홍길은 원정대를 꾸렸고 동료 산악인들이 앞다퉈 달려왔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꼭 넣어달라'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여러 명이 탈락됐을 정도.계명대 산악회원인 전경원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결혼도 미룬 채 동참했고,설악산관리공단 소속으로 구조경력이 15년을 넘는 이길봉도 원정대 동참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광주의 산악인 정오승은 자신이 벌여놓은 등산장비점도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이렇게 꾸려진 18명의 '초모랑마 휴먼 원정대'는 결국 지난 5월 77일간의 사투 끝에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안장했다.


'엄홍길의 약속'(심산 지음,이레)은 이 휴먼원정대의 길고 험난했던 과정을 담은 책이다.


박무택 등의 사고경위에서부터 원정대 구성 및 시신수색 및 수습까지 전 과정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특히 산 사나이들의 목숨을 건 의리와 우정,동료애,그리고 희생정신은 책장 곳곳에서 콧등을 시큰하게 한다.


208쪽,9000원.


서화동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