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장관 때 도청당하는 게 아닌가 하고 불안했던 적이 있었다." 지난달 10일 취임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5일 국정원의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 앞서 각 언론사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도 '도청 불안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취임 10일 만에 X파일에 관한 보고를 받고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속도 무척 상하고 밤잠도 설치곤 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끝에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솔직하고 진실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것만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해 (도·감청) 실태를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도청실태를 공개하는 문제를 놓고 내부의 반발도 많았다"면서 "안기부나 국정원의 업무 특성상 (국익을 위해) 합법적인 도·감청에 간여하는 직원들은 '그럼 우리는 뭐냐'고 반발하기도 했지만,과거의 잘못을 정직하고 진실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