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도 도쿄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츠키지(TSUKIJI)시장은 하루 15만명이 찾는 세계최대 수산물시장이다. 평범한 재래식 시장이지만,하루에만 2167t에 달하는 수산물이 거래된다. 거래금액으로는 17억7000만엔(161억원상당)에 달한다. 츠키지 시장은 4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보듯 신뢰도가 높아 일본 수도권 2500만 시민의 '주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산물 외에 청과물도 하루 1170t(3억2000만엔) 정도 거래되기 때문에 웬만한 식탁을 차리는 데는 다른 곳을 찾을 필요가 없다. 시민들의 먹거리를 가장 값싸고 안전하게 공급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넓게 깔려 있어 이 곳의 가격은 일본 전국 도매 물가의 기준이 된다. 쇼핑 중심가인 긴자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지하철(히비야선)로 두 정거장밖에 되지않는 지리적 편리함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도쿄의 관광 명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이 곳은 도쿄도(都)가 운영하는 11개 중앙시장 중 하나로 공식 명칭은 '중앙도매시장 츠키지 시장'이다. 이 시장은 인도를 따라 각종 수산물을 파는 재래식 상점과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 장외시장(소매시장),상인들이 농수산물을 거래하는 장내시장(도매시장)으로 나뉜다. 시장 입구인 츠키 지역에서 나와 150m쯤 발길을 옮기면 '츠키지 장외시장'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상점을 찾는 시민들 외에 길옆 식당가에는 각종 튀김류와 신선한 생선 회 등 즉석 요리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퇴근길 샐러리맨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젊은 배낭 여행족들이 뒤얽혀 있어 시장이라기 보다는 관광지나 쇼핑가를 찾은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200여개 식당들은 제각각 향토색 짙은 전통의 맛을 뽐낸다. 시내 레스토랑보다 값이 싸면서도 신선한 해산물 요리가 많아 미식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츠키지 시장의 핵심이 되는 장내시장은 장외시장 안쪽에 붙어 있다. 면적이 7만평 정도나 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길을 잃는 경우가 흔할 정도다. 이곳에 2400여개의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온갖 생선과 조개 해물류 등을 펼쳐놓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이 곳 상점주들 역시 대부분 2~3대를 이어 영업하는 '명인'들이다. 이들과 거래하는 소매상들도 몇십년째 단골들이다. 이러니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 모두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다. 싱싱한 농수산물을 가장 싸게 안심하고 살 수 있다는 믿음은 츠키지 시장이 400년 넘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토대다. 장내시장에서는 매일 일본 전국 산지와 외국에서 들여온 480종의 수산물과 360종의 청과물이 경매를 통해 거래된다. 경매는 원래 상인들만 할 수 있지만,상인들 간 거래가 끝나는 오전 11시께가 지나면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다. 상인들은 통상 새벽 3시부터 거래를 시작해 오전까지는 거래를 마친다. 수도권에서 식당업을 하거나 식품 도소매업을 하는 상인들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상품을 조달하고 있다. 멀리 지방에서 오는 상인도 많다. 츠키지 시장은 하루 24시간 내내 살아 움직인다.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도매 중심,오후에는 소매 중심으로 영업하고 저녁 시간에는 쇼핑이나 식사를 하기 위해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을 맞는다. 이 시장의 아침은 도쿄도 위생국 소속 공무원들의 품질 검사로 시작된다. 위생국 직원들은 매일 새벽 3시 전에 그날 판매되는 상품의 위생 검사를 현장에서 실시한다. 장내시장에서 일하는 상근 인원은 1만7000여명,거래에 참여하는 상인은 하루 평균 4만명에 달한다. 장외시장을 찾는 소비자와 관광객은 평균 10만명이 넘어 하루 전체 유동 인구가 15만명에 이른다는 게 야마모토 요시히코 츠키지 시장 서무계장의 설명이다. 츠키지 시장의 역사는 1603년 시작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막부의 물자 조달을 위해 니혼바시에 어물 시장을 인가했던 것이 기원이다.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겨 도매시장 형태로 운영된 것은 1935년부터다. 그러나 츠키지 시장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유통혁명의 회오리에 휘말려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에 따라 츠키지 시장은 재래시장이란 구태를 벗고 환경친화적인 21세기 웰빙형 마켓으로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도쿄도는 오는 2012년까지 도쿄 외곽 도요스에 초현대식 도매시장을 새로 지어 이 시장을 확대·이전키로 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