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검사 전성시대가 왔다. 주요 대학 입학의 당락은 물론 직장을 얻는 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적성 검사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로 오랜 기간 '비주류' 시험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기업이나 공무원 사회에서 선호하는 인재상이 '축적된 지식을 갖고 있는 엘리트'에서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 아이디어 뱅크'로 바뀌면서 '주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나'보다는 '앞으로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적성 검사의 강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외무고시와 행정고시 등 국가 자격고시 과목의 하나로 개발된 공직적성검사(PSAT)는 해마다 반영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적성 검사가 자격 고시에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2004년 외무고시.1차 시험에 반영되는 평가 지표로 활용됐으며 반영 비율은 헌법·한국사와 같은 50%였다. 이 시험은 행정고시 기술고시로 확대되고 있고 반영 비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07년 이후에는 아예 PSAT 성적만으로 고시 1차시험 합격자를 가려낸다는 게 중앙인사위원회의 방침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올해 초 이 시험을 7·9급 공무원 시험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시범적으로 8월 중 시행되는 6급 이하 인턴 공무원 시험에 PSAT를 도입할 예정이다. 의치학 전문대학을 통해 의사가 되려는 수험생들도 적성 검사형 시험인 MEET·DEET를 치러야 한다. MEET·DEET는 의치학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닌 언어논리 생물 화학 등 의사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측정하는 시험인 만큼 준비생의 30% 이상이 인문계열 대학 출신이다. 대입도 마찬가지다. 한양대 경희대 아주대 인하대 홍익대 등 주요 사립대학들은 2006학년도 수시 모집의 주요 평가지표로 적성 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아주대의 경우 수시 1단계 전형 요소의 100%가 적성 검사다. 적성 검사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2단계 전형에 응시할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유웨이중앙교육 오승준 대표 강사는 "일부 학교가 언어 적성검사에서 본고사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요소를 지닌 어려운 국어,영어 문제를 내는 경향이 있지만 대개 판단이 빠르고 언어나 수리에 적성이 있는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고사형 시험의 불허 방침이 계속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대학들이 적성 검사를 평가 요소로 도입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새로운 유형의 적성 검사를 개발,신입사원 선발에 활용하고 있다. 1997년부터 시행돼 온 삼성그룹의 SSAT는 기업 적성검사의 원형.육서당 고시학원 등 공무원시험 전문학원들이 SSAT 대비반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CJ 등 다른 기업들도 신입사원 모집에 적성 검사를 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취업포털 사이트인 잡링크의 한현숙 대표는 "2002년 무렵부터 기업들이 구직자의 돌발상황 대응력,문제 해결력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기업들이 입사 시험의 전형 요소로 활용하고 있는 적성 검사는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골라내는 변형된 인성검사 형태였던 과거의 적성 검사와는 완전히 다른 시험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