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개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로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5일 종합주가지수는 2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기술적 지지선인 20일 이동평균선을 위협했고,최근 5일 연속 하락했던 코스닥지수는 낙폭을 더 키운 채 마감됐다. 최근 2개월간 쉼 없이 오른 데 따른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 전날 미국증시가 조정을 받은 게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유가가 상승하고 다음주로 예정된 미국과 한국의 금리인상 관련 회의를 앞두고 금리정책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된 게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또 이날 원·달러 환율이 반등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최근 6일 연속 약세기조를 보인 데 따른 부담으로 수출주가 급락한 것도 차익실현을 부추겼다.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X파일' 논쟁도 기업경영을 위축시킬 것이란 불안감을 고조시키며 투자 심리를 얼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조정에 대한 시장의 시각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수급 등 증시 주변 환경을 감안할 경우 이 정도의 조정은 시장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특별한 악재가 부각되지 않는 한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환율·유가·금리전망에 예민한 반응 증시는 지난 6월부터 쉼 없이 150포인트 이상 위로만 달려왔다. 그러다 원화가 다시 강세(환율은 하락) 기조로 돌아서고 유가도 배럴당 60달러대를 넘보자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오는 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이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 개인들이 일부 투매에 가담하면서 급락을 촉발시켰다. 서정광 메리츠증권 시황분석가는 "일부 개인들이 조정폭이 커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매도호가를 낮추면서 차익실현 물량을 쏟아내 지수 낙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개인들은 이달 들어 가장 많은 물량인 1500억원어치 이상 대량 순매도했다. 반면 이날 급락장에서도 기관(프로그램 포함)은 오히려 1300억원 이상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외국인도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물량만큼 매도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중립이었다. ◆조정 어디까지 전문가들은 강세장에서 단기 조정은 오히려 추세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최근 증시 수급과 경기회복 속도 등을 감안하면 환율 유가 금리변수가 증시 상승 추세를 꺾을 정도로 나쁘게 나올 가능성은 작고,따라서 증시는 조만간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견해다. 우선 거래소시장의 경우 20일 이동평균선(1080선)이 지켜질지 여부가 관심사다. 또 코스닥시장은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490~500대가 지지선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1년 이후 두 번의 강세장에서 나타났던 단기 조정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번 조정은 늦어도 8월 중순께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강세장에서 단기 조정이 일어난 경우 주가는 평균적으로 직전 고점 대비 5% 정도 하락했으며,조정 기간은 평균 7일 정도로 2주일 이내에 마무리됐다"며 "이 같은 과거 사례를 현 시황에 적용할 경우 종합주가지수 지지선은 1050포인트,조정 기간은 대략 8월 중순까지"라고 덧붙였다. 물론 환율이 1000원 선 밑으로 떨어지거나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날 경우 조정 폭은 생각보다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X파일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변수다. 한 전문가는 "X파일 사건이 빨리 해결돼야 증시의 또 다른 불확실성이 제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