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사이에 '교폰''찍폰''로또폰'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거 교폰이야"라고 하기도 하고,"찍폰이 아니라 로또폰이네"라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폰'이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모두 휴대폰과 관련된 말이다. '교폰'은 문제가 생겨 교환한 폰,'찍폰'은 운좋게 제대로 찍은 하자 없는 폰을 뜻한다. '로또폰'은 '찍폰'과 의미가 같다. 하자 없는 휴대폰 구하기가 로또 당첨 만큼 어렵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휴대폰 품질에 대한 불만은 인터넷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휴대폰 관련 사이트엔 'A사의 PDA폰은 배터리에 문제가 있고 통화시 울림현상이 있다'거나'B사가 광고하는 위성DMB폰은 통화감이 좋지 않아 MP3플레이어로 사용한다'는 식의 글이 올라 있다. 소비자들의 이런 지적은 과장이 아니다. 휴대폰을 발매한 후 자발적으로 사후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M사는 슬림폰 출시 초기에 키패드 결함을 발견하고 일부 제품을 수거했고,S사는 위성DMB폰 프로그램 오류가 확인되자 수천대를 회수했다.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발표해놓고 실제로는 발매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L사는 5월 중순에 업앤드다운 방식의 슬라이드폰과 500만화소폰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중에는 7월 말에야 깔리기 시작했다. S사의 블루투스폰용 헤드셋과 슬림폰도 공급이 크게 달렸다. 지난 2분기에 국내 휴대폰 업체들은 매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3위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40%나 줄었고 세계 4위 LG전자는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내고 말았다. 휴대폰 실적부진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세계 최초'란 수식어와 함께 출시된 신제품이 번번이 문제를 드러내고 소비자들 입에서 '로또폰'이란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근원은 제품 자체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제 '첨단제품의 필연적 운명'이라느니 '얼리 어답터가 감수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식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국내 소비자들이 실험대상일 순 없다. 국내에서 손가락질 받는 제품이 해외에서 박수받을 리 없다. 겸손하게 근본부터 살피길 바란다. 김동욱 IT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