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일각에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에 대한 정부 개정안이 특정 대기업을 감싸는 데 치중했다는 시각이 제기되면서 법률안을 제출한 재정경제부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최근엔 삼성그룹으로 직장을 옮긴 전직 관료 가운데 재경부 출신이 가장 많다는 비판까지 더해져 자칫 수석 경제부처의 발언권이 지나치게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정부부처 가운데 그나마 경제논리에 가장 충실했던 재경부마저 위축될 경우 정부정책의 방향이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은 5일 MBC의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정부측 개정안은) 특정 재벌을 봐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인상이 농후했다"고 몰아붙였다. 박 의원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5% 넘게 보유한 경우 초과지분을 강제 매각토록 하는 내용의 의원입법안을 지난 5월 발의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박 의원의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초과지분 강제매각 대신 의결권만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따로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지난 4일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정례브리핑을 통해 '소급적용의 위헌 가능성'을 지적한 것과 관련,박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소급적용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참여연대가 발표한 '삼성 인맥 리스트'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재경부를 크게 압박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3일 내놓은 '삼성 인적 네트워크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에 취직한 고위 관료 101명 가운데 재경부가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구(18명) 국세청(12명)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도와주기 위해 법안을 만들었다는 주장에 어이가 없다"며 "일부의 사례가 너무 부각돼 재경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기업과 그나마 말이 통하던 재경부마저 힘을 잃을 경우엔 정부의 대기업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삼성 죽이기로 시작된 전선(戰線)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국가 경제 전반을 놓고 볼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