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사모펀드에 독일 경영자들 좌불안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독일에서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해당 기업의 경영자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구조조정을 강요받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간지 비즈니스위크(15일자)는 이 같은 현상이 경영자의 실적보다 회사 관계자들과의 화합 여부를 중시할 때가 많았던 독일 기업 문화를 뒤흔들면서 사회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헤지펀드인 칠드런스 인베스트먼트는 올 들어 증권거래소 운영업체 도이체뵈르제의 지분 8%를 확보한 후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베르너 자이페르트를 쫓아냈다.
미국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픽그룹도 모빌콤 지분 18%를 산 후 토르스텐 그렌즈 CEO를 내보냈다. 금속재료 생산업체 SGL카본은 미국 헤지펀드 제너 파트너스의 지분율이 5%로 높아진 이후 적자를 내던 부식방지 부문을 매각해야 했다.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고용 안정을 중시해 해고를 꺼려하는 독일에선 생소한 모습이다.
이는 제 살길 찾기에 바빠진 은행들이 불필요한 기업 지분을 매각,그 자리를 실적을 최우선으로하는 사모펀드와 헤지펀드가 채우면서 생긴 현상이다.
지금까지 독일에선 산업 및 금융권의 상호출자를 독려하는 전통 때문에 경영진과 채권단 및 대주주와의 사이가 우호적인 경우가 많았다.
또 기업마다 사측이 임명하는 외부 인사와 노조 대표로 구성된 '경영감시회'가 이사회보다 강한 권한을 가져 경영자들은 노조를 자극하지만 않으면 자리 보전을 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이제 독일에서 기업에 대한 해외펀드들의 입김이 세지면서 기업 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 같은 해외펀드 문제가 오는 9월 총선 핫이슈로까지 떠올랐다. 집권 사민당은 특히 헤지펀드들을 겨냥,'골수를 빼먹는 메뚜기 떼'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반면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은 기민당의 총수 앙겔라 메르켈은 "경영감시회 의석 절반을 노조에게 주는 관행을 폐기해 기업들이 더욱 주주 중심 경영을 하게 해야 한다"며 펀드들의 활동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