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5일 지난 1996부터 2002년 사이에 휴대폰을 감청했다고 발표해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정보통신부는 브리핑을 통해‘휴대폰 도·감청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정원은 휴대폰 감청과 관련,아날로그 감청,디지털 감청,복제 휴대폰을 통한 감청 등 3가지로 구분해 설명했다.그러나 정통부 관계자는 "국정원이 발표한 감청은 극히 제한적이고 조잡한 수준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해된다"며 국정원 발표내용을 반박했다. 국정원의 휴대폰 감청은 1996년 1월 이탈리아에서 4세트의 감청장비를 수입하면서 시작됐다. 이 장비는 아날로그 휴대폰 감청용으로 휴대폰 사용자가 200m 이내에 있어야 가능했다고 국정원을 설명했다. 이 장비는 아날로그 서비스가 중단된 1999년 12월까지 쓰였다. 문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디지털 휴대폰 감청이다. 국정원은 '유선중계 통신망 감청장비' 6세트와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 20세트를 개발해 디지털 휴대폰 감청에 사용했다. 무게가 45kg 정도인 이 장비를 차에 싣고 다니며 감청했다. 이 장비로 감청하려면 휴대폰 사용자가 200m이내에 있어야 한다. 휴대폰 사용자가 움직여 다른 기지국으로 연결되면 감청이 끊긴다. 국정원은 2002년 3월 이 장비를 폐기했다. 국정원은 복제 휴대폰을 통한 감청 가능성도 있지만 2003년 10월 이후 이동통신 회사들이 시스템을 완벽하게 개선,이중접속의 결함을 없앰에 따라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정통부는 국정원이 감청했더라도 조잡한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DMA 방식의 디지털 휴대폰은 이론적으론 감청이 가능해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환정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동통신 기지국 사이는 컨트롤러와 유선으로 연결돼 있는데 기지국과 컨트롤러 사이의 유선구간에 접속해 감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CDMA 방식의 유선중계망의 경우 1초에 640만개 이상의 신호가 흐르고 있어 감청에 성공했더라도 조잡한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대폰 감청에 관해 국정원과 어떠한 상의를 한 바 없고 감청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통부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일각에서는 국정원이 정통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최첨단 기술을 확보해 사용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정통부 주장과 달리 'CDMA도 도청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3년 팬택앤큐리텔이 합법적인 감청까지 막을 수 있는 '비화(秘話)폰'을 개발했다가 상품화하지 않은 것도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