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올 들어 교토의정서가 정식 발효되고 2012년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결정하는 다자간 협상이 시작됨에 따라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다. 특히 OECD 회원국이지만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세계에서 9번째 이산화탄소 다(多)배출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협상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호주 일본 중국 인도 등이 참여한 '청정개발 및 기후에 관한 아태지역 파트너십'에 대해 국내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 파트너십은 산업계의 이해에 따라 교토의정서의 무력화를 꾀하는 6개국 간의 담합이므로 우리나라가 탈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전 지구적 재앙과 파국을 초래할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목표가 있어도 효율적 목표 달성방안이 없으면 한낱 공염불인 것과 같이 교토의정서도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는 있으나 이를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제공하지 못하는 근본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나아가서는 오히려 많은 국가들의 지속가능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몇몇 특정 국가의 노력에 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개도국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이 능력과 상황에 맞게 국제적 노력에 동참해야 해결될 문제다. 이번에 체결된 6개국 파트너십은 그동안의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서 실질적 성과 없이 답보상태에 있는 관련 기술개발 및 확산을 촉진시키기 위한 국제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는 자발적이고 비구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의무에 관한 내용은 실제 포함돼 있지 않다.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발전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기술개발과 확산이 수반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와 시간이 요구된다. 6개국 파트너십은 이러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술개발 및 확산에 필요한 경제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체결된 것이다. 따라서 파트너십이 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취약점을 보완해 추진력을 한층 강화하고 기후변화의 근본적 해결수단인 기술개발 및 확산,그리고 국가 간 기술이전을 촉진시켜 장기적으로 지속가능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도 파트너십의 이 같은 취지와 궁극적 목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 및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교토의정서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가 향후 협상에서의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파트너십에 참여했다는 일부의 주장을 정부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획기적인 온실가스 저감기술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강제적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어느 정도 축소시키기 위한 대응전략의 일부로서 기술개발과 확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이 또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지구환경보호라는 명분과 경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문제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명분만을 앞세운 단순하고 획일적인 대응은 오히려 자국의 지속가능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명분과 경제적 이해를 슬기롭게 조화시킴으로써 지속가능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지혜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