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우린 놀토 없어요" ‥ 대학병원처럼 주5일땐 경영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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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서울 자양동 혜민병원의 이종찬 류머티스 내과 과장은 토요일인 지난 6일 오후 1시까지 15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 병원은 지난 7월부터 300명 이상으로 확대된 주5일 근무제 대상이지만 이전과 다름없이 전 직원이 토요일에 출근하고 있다.
임금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고 화∼목요일 근무시간을 1시간씩 줄이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 과장은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 환자들이 주로 토요일에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다"고 말했다.
100~4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형 병원들이 주5일 근무제를 '살아남기'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제도 확대 시행 이후 오히려 주말 진료체제 구축을 통해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강동가톨릭병원 우리들병원 등 대다수 중소형 병원들은 토요일 오전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병원 한독병원 세왕병원 서울영동병원 성북중안병원 등은 토요일 오후 3시까지 환자를 받고 있다. 심지어 산부인과 전문인 강서미즈메디병원과 김안과병원 등은 토요일 종일 진료하고 있다. 서울위생병원 자생한방병원 종로공안과같은 병원들은 일요일에도 근무체제를 갖춰 환자를 받고 있다.
이들은 혜민병원처럼 평일 근무시간을 쪼개거나 평일에 대체 휴가를 쓰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 주말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중소병원들이 이처럼 주말 근무체제를 갖춘 것은 1000명 이상의 대형 병원들이 토요일 진료의 80%가량 줄인 것을 겨냥,틈새를 파고들기 위해서다. 이 과장은 "대형병원과 토요일에 같이 놀다간 안 그래도 어려운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데 노사가 쉽사리 의견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소형 병원들은 주말 진료에도 불구하고 경영수지에서 획기적인 개선효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혜민병원 윤영삼 경영지원과장은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 수는 주간으로 따져 주5일제 시행 이전과 비교했을 때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증이거나 응급환자들은 여전히 대형병원을 선호하고 경증환자들은 주말에 여가를 즐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