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이 11년 만에 사상 최고치(1994년 11월8일 1138포인트)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길게 보면 2003년 3월부터 29개월,짧게 봐도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장기간의 주가 강세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열이나 투기로 보는 견해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과거 5~6년간의 잣대로 보면 현 주가 수준은 과열로 보인다. 따라서 주가의 추가 상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구조적 모순에 의한 주가 저평가 현상,즉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상이 얼마나 개선됐는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주식시장 10여년 전부터 한국 주가가 세계 평균보다 저평가받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고착화돼 왔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본질은 남북 분단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성,불투명한 기업 경영구조,투자문화의 후진성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이 구조화된 결과 기업이익 기준으로 한국 주가는 대만의 절반,선진국에 비해서는 3분의1 수준으로 평가받아오면서 종합주가지수가 500~1000포인트 사이에 머물러 왔다. ◆한국인이 만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상당히 완화됐음에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3~4년 전부터 기업들은 외형 성장을 자제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재무구조와 수익력을 확보했고,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크게 늘렸다. 또한 투자가들도 저금리가 상시화되면서 예금이나 채권에서 주식쪽으로 자금을 이동시켜 왔다. 남북관계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상이 재개되는 등 긴장완화 국면에 돌입한 상태다. 이처럼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이미 오래 전에 해소 혹은 완화됐지만,우리 투자가들만이 인정하지 않았다. 배당수익률이 공금리보다 높고,주가도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됐지만 이것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해 무시해왔다. 이렇게 한국 사회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 빠져 막연히 불안해하고 있을 때,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마구 사들였다.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2001년 '9·11 테러' 이후 외국인들은 무려 26조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여 외국인 지분율이 35%에서 42%로 급증했다.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우려해야 할 외국인들은 한국의 구조조정 성공을 겨냥해 주식을 사들였지만,한국 스스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늪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반석(盤石) 위의 주식시장 과거 주가 고점이었던 1994년 11월보다 현재 주식시장이 위치해 있는 바닥은 견고하다. 장기투자의 기반이 되는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수익성,배당률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리고 경기는 바닥에서 탈출하려는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향후 상승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PER가 상승하는 시장 현재 주가는 경기회복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완화가 동시에 반영되고 있는데,경기회복보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화가 좀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단지 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와 종목별로 적정 PER 수준을 찾아가는 단계로 판단하고 싶다. 우리 증시 사상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가조정을 기다린 적은 없어 보인다. 그만큼 많은 투자가들은 돈의 흐름이 증시로 향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을 매도한 자금이나 저금리에 시달리는 금융회사 자금이 갈 곳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 사지 않아도 은행이나 보험회사들은 주식을 살 수밖에 없다. IMF위기 이후 처음으로 보험사들이 지난달 주식을 2500억원이나 매수(한경 8월2일 증권면)한 것도 바로 이런 변화 때문이다. 향후 주식시장에서 과열논쟁이 커질수록 시장과 '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완화 여부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