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인수戰 카운트다운] 하나.신한.우리금융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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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이달 말 LG카드 매각 작업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LG카드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게 됐다.
금융계 관계자는 "LG카드의 경영 상태가 정상화된 데다 보유고객 규모 등 비(非)재무적 가치가 워낙 높아 인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일부 금융사의 경우 '우리가 인수 못하면 매각 가격이라도 높여 놓겠다'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곳이 LG카드 노리나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매각작업 착수 방침을 밝히면서 "시중은행 중 LG카드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국민은행과 외환은행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신한지주 하나은행 농협 등이 모두 LG카드 인수 의사를 밝혔다는 얘기다.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가장 의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11월 금융지주회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하나은행으로선 상대적으로 취약한 카드 부문의 강화가 최우선 과제다.
때문에 김승유 이사회 의장 등 하나은행 경영진들은 그동안 "추가적인 M&A를 통해 카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LG카드 인수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신한지주 역시 라응찬 회장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LG카드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 바 있고 우리금융도 황영기 회장이 수차례에 걸쳐 "LG카드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특히 우리금융은 LG카드 인수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팀도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은 최근 정용근 신용부문 대표가 "단독으로는 인수할 여력이 없지만 투자 펀드나 다른 금융회사가 제의해 오면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 가운데는 씨티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산은 관계자는 "씨티그룹은 전체 순이익의 60%가 신용카드 부문에서 나올 정도로 카드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어느 나라에서건 일단 진출하면 신용카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게 씨티의 글로벌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LG카드 인수=금융시장 패권
이처럼 시중 은행들이 LG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LG카드의 뛰어난 수익력이 첫 번째 이유다.
올 상반기 중 LG카드는 77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LG카드의 영업력 등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에도 연간 5000억∼1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카드가 보유한 950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도 금융회사들이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신용카드사의 DB는 'A고객이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떤 물건 얼마치를 구입했다'는 식으로 고객의 구매 패턴을 정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다른 어떤 업종의 고객 DB보다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계 관계자들이 "LG카드를 인수하는 금융사가 국내 금융시장의 패자(覇者)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고객 DB 때문이다.
이에 일부 금융사에서는 "금융산업의 독과점화를 막으려면 LG카드를 특정 금융사가 단독 인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정부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병연·송종현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