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파문] 직장인 A씨의 감시당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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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동에 사는 회사원 A씨는 하루종일 누군가로부터 감시당한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누군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엿보고 자신의 말이나 통화를 엿듣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집을 나서면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A씨를 노려보고 있다.
허튼 짓을 하다간 폰카 디카에 찍힐 수도 있다.
e메일 내용이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누군가 엿볼 지도 모른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는 해커가 노리고 있다.
출근길에 나서는 A씨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달려 있는 감시카메라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나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도 역시 폐쇄회로 카메라(CCTV)가 A씨를 노려보고 있다. A씨는 처음에 자신의 행동이 감시당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끔 감시카메라에 대고 손을 흔들어 보이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A씨에 대한 감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승용차를 타고 직장으로 향하는 A씨의 위치는 휴대폰과 차 안에 달려 있는 내비게이션의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으로 그대로 노출된다.
휴대폰 전원이 켜 있는 동안 이동통신 기지국 신호이용방식(CPS)으로 위치가 추적된다.
경찰이 맘만 먹으면 이동통신사의 도움을 받아 A씨의 위치를 금방 알아낼 수 있다.
요즘은 위성위치추적시스템까지 동원돼 위치추적 오차 범위가 10m이내로 줄었다.
A씨는 최근 승용차에 설치한 GPS의 메모리카드를 업그레이드하려다 깜짝 놀랐다.
메모리카드에 그동안 자신이 다녀갔던 곳의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는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자신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군가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위치가 윗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다니 휴대폰이나 내비게이션이 편리하다고 좋아만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감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옥 입구,복도,사무실 등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유선전화나 인터넷도 회사측에서 감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A씨는 생각한다.
전화로 통화하다가 음질이 떨어지면 도청당하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든다.
e메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경우 e메일을 회사측에서 점검한다고 알려졌다.
업무시간에는 메신저로 직장동료들과 얘기를 많이 나누는 데 누군가 엿볼까봐 항상 조심스럽다.
잠자는 시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누군가 PC에 침입해 기밀을 빼가진 않을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PC가 트로이목마에 감염되면 해커가 A씨의 PC를 멀리서 조종할 수 있다.
'키스트로크 로깅'이란 스파이웨어는 A씨가 PC에 입력한 내용을 그대로 훔쳐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A씨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인터넷뱅킹이나 사이버증권 거래도 이용하는데 항상 불안하다.
계좌번호 패스워드 등 금융정보가 해커에게 넘어가는 날엔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
하루종일 감시당한다는 불안감은 A씨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의 휴대폰 도·감청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감시공포증후군'이 확산되고 있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도청 감시 해킹 등으로 인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감시기술은 끊임없이 발달하고 있다.
예전에는 감시 영상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했지만 지금은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저장장치를 이용한다.
직원들이 음란물을 검색하거나 온라인쇼핑을 할 경우 이를 자동으로 추적하고 특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는 상용화된 지 오래다.
일부 기업은 전화 통화를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성위치추적시스템이나 전자태그(RFID),도·감청과 카메라 기술이 발달할수록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이 커진다"며 "개인정보나 통신비밀 등을 보호할 만한 법적인 장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