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델파이 파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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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미국의 델파이가 파산 위험에 직면했다.
이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 급감 등 실적 악화에 따른 도미노 현상으로 분석된다.
델파이는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과거 모회사였던 GM에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자동차노동조합연맹(UAW)과 적자 공장 매각 등 구조조정을 위한 협상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GM과 UAW가 부실공장 인수 등 강도 높은 지원에 나서지 않는 한 델파이가 독자적으로 회생하기는 힘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델파이가 최악의 상황인 파산으로 내몰릴 경우 자동차부품 공급 부족으로 완성차 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파산 위기에 놓인 델파이
델파이는 지난 5일(현지시간) "자금 조달을 위해 18억달러의 크레딧 라인(신용 한도)을 설정, 이 중 15억달러를 인출했다"면서 "과거 최대주주였던 GM 및 UAW와 함께 적자인 미국 내 사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월가에서는 신용 한도를 급히 인출하는 것은 파산 직전의 기업들이 취하는 행동이라며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는 이날 이미 투자 부적격인 델파이의 회사채 등급을 일제히 추가로 하향 조정해 투기 등급으로 낮췄다.
S&P는 'B+'에서 'CCC+'로,무디스는 'B2'에서 'Caa1'으로,피치는 'B'에서 'CCC'로 각각 떨어뜨렸다.
이 영향으로 5일 델파이 주가는 14.19%나 급락했다.
GM도 델파이가 파산할 경우 부담을 떠안을 것이란 우려에 따라 2.39% 하락했다.
◆원인과 전망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진작부터 완성차 업체들의 지속적인 부품가격 인하 압력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
여기에 GM과 포드 등 완성차 업체의 신용등급이 투자 부적격으로 떨어져 자금 조달난까지 겹치는 '3중고'에 시달려 왔다.
델파이의 경우 작년 2분기만 해도 1억43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작년 3분기(1억1900만달러)와 4분기(1억200만달러)에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적자폭이 4억900만달러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피치는 "델파이의 신용 한도가 고갈되고 있는 데다 노조와의 대화가 중대한 상황에 들어가고 있어 파산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만일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부품 공급이 줄어들고 부품값이 뛰어 가뜩이나 어려운 완성차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델파이는 어떤 회사 ]
델파이는 지난 1999년 GM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회사다.작년 매출액만 2백86억달러 (28조6천억원)에 달한다.
에어백 컨버터 컴프레서 난방장치 조향시스템 차량용발전기 등 거의 모든 자동차부품을 만들고 있다.본사는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에 있으며 전세계에 걸쳐 42개의 합작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생산공장도 167개에 달하며 기술센터도 33개나 갖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