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3:49
수정2006.04.09 17:18
이상완 사장이 삼성맨의 이미지와는 달리 '불도저'란 별명을 얻은 것은 LCD사업 초기.장화를 신고 현장을 누비며 진두지휘하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국내에선 처음 시작된 사업인 탓에 설비는 물론 구성원들도 모두 낯설어 웬만한 것은 직접 뛰면서 해결해야 했다.
지킬 수 없을 것 같던 사업 일정을 밤낮 없이 직원들을 닦달해가며 맞춘 까닭에 그에게 붙은 별명이다.
이 사장은 "여러 계열사 인력이 합쳐지다 보니 회식 때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고 물을 정도였고 타 사업부에서는 LCD사업부를 'UN군'으로 부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임원 중 드물게 반도체와 LCD분야를 모두 거쳤다.
양쪽 다 핵심사업분야라서 주변에서 어느 쪽이 재미있느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는다.
그는 "반도체 초기이던 1988년 1메가D램라인 셋업에 성공해서 그동안의 적자를 한꺼번에 해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하지만 반도체는 보이지 않는 분야의 경쟁이라 다소 답답한 면이 있다"며 LCD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경쟁을 하는 쪽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게 이유다.
LCD TV가격이 떨어지면서 구매를 망설이는 예비구매자들의 고민을 그에게 던졌다.
역시 비즈니스맨답게 "살거면 지금 당장 사야지,가격 떨어질 때까지 미루면 죽을 때까지 못산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상운 ㈜효성 총괄사장의 친형이다.
두 사람 모두 유명세 덕분에 언론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형과 동생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이 사장은 "얼마 전 해외 출장길에 동생(이상운 사장)이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합니까' 하고 e메일을 보내왔다"며 "얼떨결에 출장 중에 남의 인터뷰 답변서까지 만들어 줬다"고 웃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