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북핵(北核) 6자회담이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공동합의문을 끌어내지 못한 채 휴회(休會)를 선언했다. 참가국들의 의지가 강했던데다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운 결과다.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것은 핵 폐기 범위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입장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핵과 관련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핵무기와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범죄국도 아닌데 평화적 이용권리마저 박탈당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한 회담이 속개되더라도 합의 도출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만일 이번에도 끝내 협상이 결렬된다면 그 파장은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다. 대북(對北) 경제제재나 유엔 결의안 채택 등에 대한 국제 여론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전체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경우 외국인투자 위축 등으로 국내 경제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회담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결렬시켜선 안될 것이다. 7일 발표된 의장성명이 "공동인식을 확대하고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있는 만큼 더욱 그러하다. 이를 위해선 우리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과 미국·중국 사이를 오가며 실질적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휴회기간 중에도 외교 채널을 풀가동하면서 능동적 활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국제 사회의 요구에 대해 북한을 설득하면서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북한도 자신들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고집해선 안된다. 북측은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주권국가의 권리를 내세우지만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빼내 군사용으로 사용한 전력(前歷) 때문에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가 200만㎾h에 달하는 전기를 보내주겠다는 중대제안을 한 것도 북측의 체면을 살리면서 어떻게든 협상을 풀어보려는 의지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일방적 주장만 계속한다면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피폐가 더욱 가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