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인데도 감기로 내과를 찾는 환자들이 꾸준하다. 에어컨이 차갑고 건조한 바람을 내보내다 보니 실내온도가 겨울 기온 수준과 똑같은 상황이 돼서 여름 감기 환자가 적잖다는 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알레르기성 비염,냉방병,축농증,천식,폐렴질환 등도 감기처럼 유사한 증상을 보여 감기로 혼동하고 감기약만 복용했다가 증세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적잖다. 이들 질환을 분별하고 대처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여름감기는 공기 중의 수분을 응결시키는 에어컨 보급으로 점차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에어컨을 오래 가동한 채 환기를 자주 하지 않으면 습도 30∼40% 수준으로 건조해진다. 코 점막이 마르면서 콧물 코막힘 재채기를 주된 증상으로 하는 코감기가 생기기 쉽다. 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에어컨의 냉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실내를 밀폐하면 결국엔 공기 속의 라이노바이러스가 코를 통해 들어가 감기를 앓게 하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냉방병은 감기처럼 바이러스가 침입한 것은 아니지만 에어컨을 1시간 이상 가동했을 때 실내외 온도차가 8도 이상 벌어지면서 자율신경계의 적응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불편한 증상을 말한다. 찬공기로 인해 체온이 발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체가 계속 열을 생산하다보면 손 발 얼굴이 붓고 피로 권태감 졸음이 찾아들게 된다. 에어컨 켜는 시간을 가급적 줄이고 1시간마다 환기하며 25도 이하로 실내온도를 낮추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아기들은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신경계가 미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에어컨 근처나 차 안에서 직접 찬바람을 쐴 경우 감기에 걸리기가 더욱 쉽다. 냉방병은 실내 조건만 조정하면 증세가 금세 나아지는 게 감기와 다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먼지,집먼지진드기,내장재 화학물질 등에 의해 유발된다. 감기가 오래되면 누런 콧물에 탁한 기침을 보이지만 비염은 맑은 콧물에 마른 잔기침을 하며 1년 내내 증상이 호전됐다 악화됐다하는 현상을 반복한다. 감기약을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비염일 가능성이 크므로 다른 치료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 밖에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서 밤에 기침이 더 심해진다면 천식,만성기관지염,위산식도역류 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또 38.3도의 고열이 지속되고 호흡수가 1분에 25회 이상으로 가빠지며 가슴통증이 느껴지면 폐렴일 가능성이 있다. 끈적한 누런 콧물이 목뒤로 넘어가 기침이 나온다면 축농증에 걸린 것일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후 눈곱이 많이 끼고 두통이 심하며 10일 이상 감기를 앓은 뒤 콧물이 진해진다면 축농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같은 유사증상이 나타날 경우 감기는 대개 소염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등으로 치료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일 경우에는 코점막수축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제를 먹거나 코에 분무한다. 천식에는 기관지확장제 스테로이드제제 류코트리엔조절제가 주로 분무형으로 처방된다. 폐렴에는 항생제와 소염제가,축농증에는 항생제와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각 질병에 따라 같은 약이라도 용량과 투여 방법이 다르므로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이정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정도광 서울 하나이비인후과 원장,이지은 서울 세란병원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