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중산층 이상의 중국인 거주지역이다. 이곳에 있는 축구장 앞 대광장에는 매일 저녁마다 체조 모임이 열린다. 지난 8일 저녁에는 200여명이 모여 징글벨 소리에 맞춰 집단 체조를 했다. 운동하는 중국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광장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서는 베사메무초 음악에 맞춰 짝을 지어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고,다른 한 쪽에서는 어린이들과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즐기는 노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풍경은 중국 대도시 광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이 그만큼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비만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경제의 고성장을 타고 중국인들의 허리도 함께 굵어졌기 때문이다. 국가통계국은 "중국 대도시에서 과체중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92년 21%에서 지난해에는 3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중국의 비만인구는 이미 9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앞으로 10년 후에는 2억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비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살빼기를 도와주는 여름 캠프가 인기다. 베이징에 있는 한 살빼기 여름캠프에는 최근 4년간 중국 전역에서 5000명이 다녀갔다. 캠프측은 그동안 줄인 몸무게만 해도 50t에 이를 것이라며 자랑한다. 살빼기 캠프의 인기를 타고 '샤오황디(小皇帝)'로 불리며 보호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겨냥한 캠프도 등장하고 있다. 장쑤성 창저우시에 있는 한 헬스장이 지난달 비만 어린이를 위한 여름캠프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의 건강 관련 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러닝머신과 같은 체력단련기구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의 체력단련기구 시장이 연간 1000억위안(1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전체 인구가 2억8000만명인 미국에서 러닝머신 판매량은 연간 300만대에 달하는데 13억 인구의 중국 내 판매량은 20만대에 불과하다"며 시장 확대를 예상했다. 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어린이들이 많은 농촌의 소득 증대가 중국 건강시장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인의 건강 챙기기가 새로운 황금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