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세계 PC업계에 메가톤급 뉴스가 터졌다. 중국 기업 롄샹이 PC 제조의 원조 격인 미국 IBM PC사업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IBM의 중국 대리상에서 출발,IBM 상표로 PC를 조립하던 롄샹이 급기야 모기업 격인 회사를 인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롄샹의 IBM PC사업 인수는 새우가 고래를 집어삼킨 경우로 비유되기도 했다. 롄샹의 IBM PC사업 인수 막후에는 롄샹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롄샹지주회사의 류촨즈(柳傳志·61) 총재가 있었다. 중국과학원 연구원 출신인 류 총재는 1984년 동료 10명과 함께 허름한 실험실에서 과학원 자금을 받아 창업했다. 창업한 지 꼭 20년 만에 롄샹을 IBM PC사업을 인수할 정도의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롄샹은 97년 중국 PC시장 1위 업체에 등극한 데 이어 2000년에는 아시아(일본 제외)시장 1위 업체로 성장했다. 그리고 IBM PC사업을 인수하면서 올해 세계 3위 PC업체로 올라섰다. 롄샹의 성장은 류 총재의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이라는 평가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명'(타임지),'올해의 아시아 기업가'(포브스) 등에 뽑힌 것만 봐도 그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남는다. 류 총재는 2001년 지금 롄샹 회장을 맡고 있는 양위안칭(楊元慶)에게 CEO(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류 총재는 40세에 늦깎이 창업을 했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기업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다. 창업 기회가 왔을 때 나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며 기업가정신과 나이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