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고용 서프라이즈' 들뜬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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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가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빠르고 견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는 몰라보게 강해졌으며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다른 어느때보다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지지도가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일까.
바로 지난 주말 발표된 고용지표 덕분이다.
실업률이 47개월 만의 최저를 기록한데다 지난 7월에만 20만7000개(당초 예상 18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소식은 휴가중인 대통령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아예 "취업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자리를 늘릴 생각"이라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예상을 웃돈 고용지표로 흥분한건 대통령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일자 사설에서 특유의 신중함을 벗어던졌다.저널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이 만들어낸 일자리는 유럽과 일본이 창출한 일자리의 배가 넘는 4000만개에 달하고 실업률은 그 어떤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술 더 떠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주장한 '고용없는 경기회복론'은 불과 1년 만에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유럽과 일본도 미국의 선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디 그뿐인가.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세계 금융시장의 촉각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집중되고 있다. 금리정책이 궁금한 탓이다. 호조를 보인 미국의 고용지표 하나가 세계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형국이다.
옛부터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고 했다. 곳간을 채우려면 일자리가 필수적이다. 일자리가 없어 곳간이 비게 되면 인심은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자리가 많아져 곳간이 차게 되면 인심과 민심은 너그럽게 된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용지표로 미국이 떠들썩한 요즘, 한국의 고용사정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도무지 들려오지 않는다.대신 'X파일'이니,'음모론'이니 하는 소식만 전해지는 걸 보면 한국에서 민심이 좋아지긴 아직 먼 듯 싶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