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9일 '총선 선거위반 단속본부'를 설치하는 등 일본 정국은 총선체제로 들어갔다. 올해로 창당 50주년을 맞은 자민당 내에서는 이번 9·11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해 1993년 이후 사상 두 번째로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민당은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과반수 의석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당내 분열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분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던 1993년 총선의 '재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하원 격인 중의원 표결에서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에 반대 또는 기권했던 51명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자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총선에서 공명당과 연합해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퇴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권 출범 후 4년여 동안 40%대의 내각 지지율을 유지한 점을 들어 공명당과의 연정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중의원 해산 직전인 지난 6~7일 자체 조사 결과 고이즈미 내각 지지율이 47.7%로 한 달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자민당 내 반대파 의원들은 지역구 사정에 따라 무소속이 유리할지를 저울질하고 있으나 신당 창당으로 기울고 있다. 당내 법안 부결을 주도했던 가메이파의 가메이 시즈카 의원 등은 이날 신당 창당에 대해 "자민당에서 공천을 안주면,검토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총리는 중의원이 공식 해산한 지난 8일 밤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 해산은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파 의원과의 결별을 분명히 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외상도 "이번 총선은 '고이즈미 자민당'과 반(反)개혁 세력과의 투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자민당 내 반 고이즈미 세력은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정가에선 관측하고 있다. 정치자금 규정법에 따라 자금 지원이나 선거 운동에서 정당 소속이 무소속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들 반대파 의원은 이미 '재생당' '신생 자민당' '진자민당' 등 구체적인 당명까지 확정,신당 창당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당 작업은 당내 세 번째 계파인 가메이파가 주도할 전망이다. 가메이파의 독립을 이끌고 있는 나카소네 히로후미 의원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이즈미 총리에게 정계 은퇴를 강요당했던 나카소네 전 총리의 아들이다. 신당이 창당될 경우 현재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이다. 오카다 가츠야 민주당 대표는 이날 후지TV와의 회견에서 "단독 과반수를 얻어 완전한 정권 교체를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제1당이 되면 연정을 구성해 집권하겠느냐는 질문에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때 가서 검토해 보겠다"고 말해 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