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공룡에 칼 빼들었다..공정위, 인텔도 불공정거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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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세계적인 비(非)메모리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인텔의 불공정거래 관행에도 칼을 빼들었다.세계 정보통신(IT)업계의 쌍두마차가 모두 공정위의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강대형 공정위 부위원장은 9일 "인텔이 국내 PC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회사 제품의 구매를 방해했는지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인텔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전원회의에 상정돼 '마지막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MS에 비해서는 인텔에 대한 제재수위가 경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에 국한된 문제인 데다 똑같은 경우를 조사한 일본의 공정위도 최근 과징금 없이 시정권고만 내리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MS와는 격이 다르다?
인텔에 대한 한국 공정위의 조사는 일본이 촉발했다.
일본 공정위는 지난 3월 인텔재팬(현지법인)에 대해 "AMD 등 경쟁업체의 제품을 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PC생산업체들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은 반(反)독점법에 위배된다"며 이러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직후 한국 공정위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불공정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5개 PC제조업체 구매담당자를 불러 예비조사를 실시했다.
MS의 '끼워팔기'사건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리얼네트웍스 등 경쟁업체의 신고로 촉발된 것과 달리 인텔에 대한 조사는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외국의 선례를 감안할 때 불공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제재수위는 MS에 비해 미미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MS는 유럽연합(EU)으로부터 4억9700만유로(약 6000억원)의 과징금을 맞은 반면 인텔은 일본에서 '시정권고'만 받았다.
국내 PC생산업체 관계자는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인텔 칩을 100%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제품에 비해 그만큼 인텔 칩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며 "인텔에 대한 공정위 조사가 국내 PC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공정위에 세계 이목 집중
현재 인텔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서도 반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경쟁업체인 AMD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 같은 조사와 소송은 한국 공정위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다른 나라 경쟁당국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각국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인텔측은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가치를 전해주기 위해 공격적이지만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오는 23일 MS의 '끼워팔기' 사건에 대해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