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의 2006학년도 수시1학기 모집 논술고사 형태가 지난해에 비해 '본고사'보다는 '논술'에 가깝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리논술의 경우 복잡한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계산형 문제가 사라지고 추론과정을 서술하는 문제가 많아졌다. 이는 2008년 입시제도와 관련,"논술고사를 본고사로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점을 감안,대학마다 논술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난이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된 문제가 대부분이어서 학교 교육만 받은 학생은 풀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8일 실시한 수시 1학기 논술고사 문제를 9일 공개했다. 김인묵 입학관리처장은 "지난해 수리논술은 정해진 답을 풀이를 통해 구하는 문제였다면 올해는 특정한 답이 없고 기본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느냐를 측정하는 문제였다"며 "본고사가 아닌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달 말 교육부가 본고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이를 충실히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문제가 출제됐나=고려대 수리논술(자연계)에서는 △한쪽이 양보해야 다른 한쪽이 이익을 보는 양식업자와 염색업자 사이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기 △복소수의 개념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기 △삼각함수와 지수함수를 예를 들어 실생활에 적용시키기 △함수적인 표현을 이용해 친족관계를 규정하기 등의 문제가 출제됐다. 이화여대가 지난달 23일 실시한 수리논술에서는 '남산이 보이는 아파트 8층에 사는 영희가 남산 정상에 있는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삼각비의 정의를 이용해 높이를 구하는 문제다. 고려대 언어논술에서는 '의사소통의 현실과 이상'을 주제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의사소통 단절과 왜곡의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의사소통의 조건에 대해 물어보는 문제가 나왔다. ◆"본고사는 아니지만 어렵다"=전문가들은 고려대 등의 수리논술 문제가 본고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지만 학교 수업만 받고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고려대 수리논술은 수학적인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해 답하는 문제가 많아 수식을 이용한 풀이과정을 요구했던 옛날 본고사와는 완전히 다르다"며 "지난해 두세 문제 출제됐던 계산형 문제도 올해 사라졌다"고 말했다. 소순영 메가스터디 강사(수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수학적 풀이과정을 적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기술한다는 점에서 통합교과형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다만 학생들이 학교 교육만 받고 풀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관리실장은 "고려대 등의 논술을 본고사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일선 고교에서는 이 같은 수준의 수리논술 문제에 대비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말 논술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지난해 수시·정시모집과 올해 수시모집 때 각 대학이 실시한 논술의 본고사 여부를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