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전망조사'를 보면 경기가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마저 감돈다. 더구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우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6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불안한 중동정세를 보면 유가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환율 움직임 또한 불안정한 모습이다. 유가 금리 원화가 모두 강세를 나타내는 이른바 '신3고(新3高)'현상이 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상황이 이런 데도 정치권과 정부에서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도청파문이 확산되면서 정치적 득실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고,정부는 여전히 근거를 알 수 없는 낙관론만 되뇌이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가 완전히 실종(失踪)된 형국이다.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사의 파업이 24일째로 접어들고 있는데도 정부는 미적거리고 있을 뿐 과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을 검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그리고 국민들이 힘을 모아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도 될까말까한 형국이다.우리 경제가 계속 부진한 사이에 주변 국가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과열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도 장기침체에서 벗어났음을 공식 선언하는 등 자신감을 찾고 있다. 결국 우리 경제의 나홀로 부진은 외부 환경 때문이라기 보다는 기업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반시장적인 정책에 원인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도 불법도청사건의 파장이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금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어떠한 일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정치권은 정쟁을 접어두고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도 도청파문 등 정치현안보다 빈사지경의 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 다급한 현안임을 인식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