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권을 틀어쥐고 합리적 이유없이 배분을 거부하는 게 말이 됩니까? 차라리 아무 국적항공사에 노선권을 주든가요." 요즘 대한항공 관계자들의 입은 한자나 나와 있다. 복수항공사 취항을 핵심의제로 지난 3일 터키 항공당국과 협상에 나섰던 건설교통부가 별다른 성과없이 하루만에 협상을 끝마친 뒤부터다. 혹시나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했던 대한항공은 건교부의 '무대책'에 참았던 불만이 폭발하고 말았다. 대한항공이 이처럼 분개하는 데에는 속사정이 있다. 한?터키 노선 운수권은 당초 1997년 아시아나에 배분됐다. 그러나 외환위기 여파로 98년 하반기부터 운항이 중단된 뒤 2003년 10월 건교부로 귀속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우리가 정식 취항하겠다"며 노선 배분을 5차례나 요청했지만 2년간 어느 누구에게도 정식취항 허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단지 아시아나항공이 '코드셰어' 형태의 좌석임대제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건교부는 "현재 대한항공의 전세기가 주 3회 뜨고 있는 만큼 이용객의 불편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이 노선 독점욕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터키에 전세기를 보내려면 매달 건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이러다보니 중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사실상 하루살이 신세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그간 "복수취항 협상이 관철되면 공평해진다"는 건교부의 말만 믿고 불만 피력을 자제해 왔다. 노선권 배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 나라에 두 개의 항공사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공정성 확보가 그만큼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노선권이 국익과 연결될 경우 문제는 달라진다. 상대국인 터키항공측은 공격적인 국내 광고 등으로 안정적 시장확대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국가 자산인 노선권이 이유없이 사장됨에 따라 외화손실 375억 원,기회수입 손실 722억원 등 무려 1100억원의 손실을 야기하고 있다"는 대한항공측의 주장이 한 업체만의 '투정'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관우 사회부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