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지수가 넉달째 추락하는 등 소비심리 위축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무더위 특수(特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음식료 등 상당수 내수업종이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작년에 비해 장마가 짧고 유난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판매 등 일부 업종이 특수를 누리고 있긴 하다.


밑바닥 경기를 좌우하는 건설현장의 일용직 고용도 올해 짧은 장마로 크게 호전될 전망이다.


그러나 무더위로 인한 일부 업종의 반짝 경기가 전반적인 경기회복을 견인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소비심리는 갈수록 냉각


통계청이 9일 발표한 '7월 소비자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후 경기와 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지수는 95.2로 지난 6월의 95.4보다 0.2포인트 떨어져 넉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자 기대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 등이 현재보다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무더위 특수가 있을 법한 음료·빙과·맥주 업계는 올 여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음료 1위 업체인 롯데칠성의 7월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해태음료도 5% 이상 줄었다.


맥주도 비슷하다.


하이트맥주의 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하이트 관계자는 "올 여름에 날씨가 더워 맥주가 잘 팔릴 것으로 봤는데 '무더위 특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빙과 업계의 경우 매출이 3~10% 늘기는 했으나 편의점 등에서 30∼50%씩 할인 판매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7월엔 영화 관객수도 작년 같은 달보다 6% 줄었다.


◆무더위 특수 확산이 관건


올 여름은 '짧은 장마,긴 무더위'로 일부 업종에선 '무더위 특수'를 맛봤다.


삼성전자의 지난달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올 상반기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130%가량 늘었다.


LG전자도 7월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 7월에 비해 두 배 늘었다.


업계는 작년 130만∼150만대 정도였던 국내 에어컨 판매량이 올해엔 2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놀이 공원 등 테마파크도 무더위 덕을 봤다.


삼성에버랜드의 7월 한 달간 입장객(캐리비안 베이 포함)은 91만명으로 작년 7월의 71만명보다 20만명 늘었다.


안창훈 에버랜드 과장은 "지난 7월1일부터 주5일제가 확대 시행된 데다 무더위가 겹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 7월 중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각각 4% 내외 늘어 꾸준한 신장세를 이어갔다.


고용 회복도 기대된다.


김철주 재정경제부 경제분석 과장은 "지난달엔 비가 온 날이 적어 건설 현장의 일용직 일자리가 크게 늘었을 것"이라며 "건설 일용직이 늘면 밑바닥 경기가 꿈틀거리는 효과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차병석·윤성민·박동휘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