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목에 들어서면 그 많은 식당 가운데 잘되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런 식당은 메뉴가 한 두 가지밖에 안 되지만 매우 효율적입니다."


3년 전 한화국토개발의 수장이 된 김관수 사장(54)은 골프장업계에서 '블루오션'(경쟁없는 새 시장 창출)의 실천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골프장업계도 조만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레드오션'으로 변할 것이라고 판단해 그에 대비한 골프장 운영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 지역은 골프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태입니다.그래도 우리는 조만간 애월쪽에 18홀 골프장을 건설합니다.남들은 수익을 남기지 못할 것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애월 골프장은 기존 고급형 골프장과는 완전히 다른 '캐주얼형 골프장'으로 만들 겁니다. 불필요한 시설을 없애 최소 비용으로 지을 겁니다."


한화국토개발은 애월 골프장이 들어서면 국내에 총 117홀 규모의 골프코스를 보유,삼성과 함께 최다 골프장 보유 기업이 된다.


김 사장은 각 골프장을 테마별로 차별화할 방침이다.


"춘천의 제이드팰리스(18홀)는 최고급 명문을 지향하고 용인프라자(36홀)는 비즈니스형,설악프라자(18홀)는 리조트형,제주 봉개프라자(9홀)는 퍼블릭형,일본 나가사키(18홀)CC는 시사이드 리조트형으로 컨셉트를 정했습니다."


김 사장은 골프장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골프장을 지으려면 인·허가를 받기 위해 총 928개의 도장을 찍어야 합니다. 복잡한 것도 문제지만 그 기간이 3∼4년으로 너무 오래 걸립니다. 예전에 한 도지사가 지자체에서 직접 골프장을 지어도 2년이 걸리더라고 하더군요. 무엇 한 가지를 하려고 하면 부처 간 협조를 구하는 시스템이 이런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골프장 사업의 애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국 어디에서나 골프장 인근 지역주민들이 툭하면 걸고넘어지는 '떼법'도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이 김 사장을 비롯한 골프장 경영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주민들이 골프장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반기업적입니다. 골프장이 세금을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에 공헌하는 것은 무시하고 당연하다는 듯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합니다."


그는 일본 나가사키골프장을 인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민들과는 너무 다른 일본인들을 접했다.


그들은 외국기업에 적대적이기는커녕 우호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번은 큰 행사를 치르는데 캐디가 부족해 고심하고 있는 걸 알고 주민들이 캐디로 나서겠다고 한 적도 있다.


김 사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측면에서도 뚜렷한 차별성을 보였다.


이른바 '1문화재 1지킴이'라는 주제로 각 사업장 주변에 있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회봉사를 실시했다.


경기 화성의 융건릉에는 골프장 잔디 깎는 기계를 빌려줘 1만5000평의 잔디를 깨끗이 깎아줬다.


이 일은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통해 국무회의에 보고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사회봉사에서도 남들이 하지 못하는 블루오션을 개척한 셈이다.


김 사장은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고에서 야구선수를 하며 40전1승39패의 전적을 기록했지만,한양대 재학시에는 조정부를 창설해 전국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골프 핸디캡은 14.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