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도산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미스터차우'(02-517-2100). 미국에서 유명한 '정통 북경식 궁중요리' 체인점인 이 식당이 지난해 2월 한국에 상륙했을 때 미식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기대감에 들떠 접한 미스터차우는 연착륙이 어려워보였다. 메뉴판은 영어와 중국어로만 돼 있고 팁은 계산서에 직접 기재하도록 하는 등 너무 앞서 나갔다. 메뉴를 기억 못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뭘 먹었는지 말할 수 없었고 팁을 쓰도록 한 부담감은 상당히 컸다. 초기 진입에 실패한 미스터차우가 고객들의 싸늘한 시선을 느꼈던 걸까. 최근 그토록 높던 문턱을 대폭 낮췄다. 한글 메뉴판도 등장하고 봉사료는 아예 없애버렸다. 음식가격도 상당히 내려 '가격대비 만족도'가 월등히 높아졌다. 미스터차우의 음식은 사실 대단하다. 중국 현지 출신 베테랑 주방장들이 만들어내는 요리는 다른 곳에서 감히 흉내내기 어렵다. 미스터차우 입구에 들어서면 아리따운 여성 2명이 손님을 맞는다.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재원들이란다. 툭 터진 공간에 식사하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럽지만 옆 테이블의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아 괜찮다. 코스메뉴를 택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점심은 2만5000원부터,저녁은 3만5000원부터 시작한다. 4명이 갔다면 애피타이저와 메인메뉴에서 인원수에 따라 각각 4가지 메뉴를 택할 수 있다. 총 8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다 먹고 나면 볶음밥과 청경채가 기본으로 나온다. 9가지 소스를 사용해 달착지근하게 만든 새우요리 '나인시즌스 프라운',바삭한 국수가닥과 새우가 어울린 '크리스피 누들 프라운','블랙페퍼 랍스터' 등 하나하나 뛰어난 솜씨를 자랑한다. 예전에 중국 황제가 크랩이 먹고 싶다고 했을 때 가짜를 만들어 그 맛을 냈다는 '이미테이션 크랩'은 계란 흰자에다 메로 가슴살을 넣어 만들었다. '닭고기 상추쌈'은 원래 황제가 비둘기 고기를 쌈에 싸 먹었던 것이라고 한다. 신선한 양상추와 고기 맛이 입맛을 한층 돋워준다. 이곳의 유일한 퓨전 요리는 '필레 미뇽'(소안심스테이크).소안심을 24시간 숙성시킨 뒤 뜨거운 기름에 살짝 튀겨 나온다. 나름대로 테마를 정한 뒤 코스를 고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황제의 식탁'이나 '아내를 위한 식탁' 등으로 꾸며달라고 하면 지배인이 메뉴를 선정해 준다. 종업원을 보면 두건을 두르지 않고 정장을 한 사람은 '지배인',밑에 흰 두건을 두른 사람은 '서비스 리더',위아래 모두 흰 옷을 입은 사람은 '서버'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