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5일 '거인 소니가 새로운 강자 삼성에 손을 내밀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NYT는 "세계 전자업계의 절대 강자였던 소니가 최근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이는 최근 두 회사의 뒤바뀐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의 기사는 한국 전자산업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전자산업이 태동한 것은 1959년 당시 금성사가 라디오를 조립하면서부터.80년대 초까지 국내 전자업체들은 미국과 일본 업체들의 제품을 조립·위탁생산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한국 업체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 가전 등 여러 분야에서 '전자 강국'인 일본 업체들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80년대까지 도시바 NEC 히타치가 주도했던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휴대폰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 업체들을 따돌리고 전 세계시장 점유율 3,4위를 기록 중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다. 삼성SDI와 LG전자의 올 상반기 PDP패널 점유율은 59%.전 세계 PDP TV 10대 중 6대는 한국 업체가 생산하는 패널을 사용하는 셈이다. LCD 패널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 전자산업의 고속성장은 한국 업체를 바라보는 일본 업체들의 시각을 바꿔놨다. 소니의 경우 지난해 4월 삼성전자와 7세대 LCD 패널 공동 생산에 합의한 데 이어 양사간 포괄적 특허사용에 관한 협약도 체결했다. 소니는 차세대 DVD포맷 표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삼성전자와 '블루레이' 사용에 관한 컨소시엄도 결성했다. 또 일본 샤프는 차세대 LCD 패널 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LG전자와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일본 1위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는 LG전자와 3세대(G) 휴대폰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 전자산업이 일본을 완전히 따라잡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LCD패널 생산장비는 일본으로부터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고 휴대폰 등 핸드셋 기기에 들어가는 2차전지 역시 일본 의존도가 크다. 삼성전자 이상완 LCD총괄 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LCD패널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코 일본 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