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사에서 '핸드크래프터' 변신 김미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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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별건가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이죠."
유치원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던 김미영씨(28).
그녀는 올해 초 어려운 결심을 했다.
신세대 여성의 직장 인기도에서 상위권을 달리는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고 취미 삼아 시작한 '가방 만들기'로 전업 선언을 한 것.
주위에서는 '취미도 좋지만 요즘 같은 시절엔 안정된 일자리가 최곤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길을 바꾸기로 했죠."
그녀는 담담하고 당당했다. "대학 다닐 때부터 손재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예쁜 천을 떼어다 식탁보나 가방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선물했던 일도 잦았고요.
처음에는 그냥 취미생활로만 하려고 했는데 한 개씩 작품이 늘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천을 소재로 한 가방을 만들어 인터넷에서 팔아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이제 그것이 직업이 됐지요.
자유시간이 많고 일도 재미있어 새 직업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가방의 디자인에서 재료 구입,봉제 등 모든 과정을 직접 한다.
단순한 상품 디자이너가 아닌 핸드 크래프터(수제품 제조자)인 셈.핸드 크래프터의 한계는 매출이다.
물건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한 달에 팔 수 있는 가방은 200~300개가 한계다.
디자인을 가지고 공장에 봉제 외주를 주면 매출이 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정색을 한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저는 장인이지 장사꾼이 아니에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이 일을 시작한 목적인 만큼 공장에 디자인을 주고 물건을 찍어내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외고집 때문인지 판매점을 가지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 옥션에서 그녀가 누리는 인기는 상당하다.
옥션 관계자는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트집을 잡는 고객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녀의 제품은 고객 만족도가 100%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올 연말까지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팔아본 후 그 경험을 살려 오프라인에 작은 매장을 낼 계획이다.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을 만들면 주문량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지금은 가방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내면 다른 것들도 만들고 싶어요. 연인들이 커플 룩을 입고 다니는 것처럼 사람과 강아지가 엇비슷한 디자인의 옷을 입으면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는 사람 옷과 강아지 옷을 동시에 다자인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꼭 직업으로 삼지 않더라도 천으로 가방이나 식탁보 지갑 등을 만드는 법을 배워 두면 삶이 '따스해진다'고 말한다.
"직접 만든 물건이 귀한 시대라 수제품 선물은 어디가나 인기예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한 달 정도만 배우면 가방 지갑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대문 종합시장에서 4000원이면 예쁜 천 한 마(가로 세로 90cm)와 가방 손잡이 등을 살 수 있으니 재료값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요.
손배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취미로는 딱이죠."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