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전매제한] 단기투기엔 약발..장기투자자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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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 전매기간을 최장 5년까지 대폭 강화키로 한 것은 행정·기업·혁신도시 등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이 쏟아지면서 전국이 '땅 투기장화'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허가구역 땅을 산 뒤 단기 전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기는 힘들게 됐지만 토지 시장이 안정될 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가수요자의 신규 진입은 막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 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토지 시장의 특성상 커다란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매제한 왜 강화하나
무엇보다 수도권·충청권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땅값 급등세가 꺾이지 않는 등 토지시장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토지 시장에 대한 진입 제한(허가구역 지정) 외에 거래 기간(전매제한 강화)과 돈줄(자금계획서 제출 의무화)까지 동시에 옥죄어 치솟는 땅값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전 국토의 5분의 1이 넘는 63억3000만평(20.9%)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등 투기수요 억제에 힘쓰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땅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전국 땅값은 지난 3월부터 4개월째 최고 상승률을 경신하며 6월에만 0.79%,상반기 전체로는 2.67% 올랐다.
토지 거래량도 지방권의 농지·임야는 물론 한동안 주춤하던 아파트 등 도시 용지(대지)까지 전년동기 대비 10~30%씩 도리어 늘고 있다.
◆장기 투자자 위주로 재편
이번 조치가 개발 기대심리로 들뜬 토지 시장을 급랭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경우 지금도 까다로운 거래허가 요건 때문에 가수요자들은 발을 들여놓기 힘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땅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또 토지 투자자들의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3년 이상 길게 보고 묻어 두는 중·장기 투자자들이어서 전매기간 연장이 큰 효력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양도세 및 자금출처 조사 등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토지 투자자들은 3~5년 후를 보고 투자한다"며 "정부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할지 모르지만 일부 단기 투자자들의 활동을 제한해 부분적인 가격안정 효과를 보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철저히 현지인 위주의 장기 투자자 시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번 조치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JMK플래닝의 진명기 사장은 "개발예정 지역엔 돈 있는 사람들만 투자하고 돈 없는 사람들은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길게 보면 여윳돈이 많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어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투자자는 비(非)허가구역으로 이동
단기 투자자나 여윳돈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
따라서 이런 투자자는 비(非)허가구역 중에서 재료가 있는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외지인이 토지거래 허가를 받기는 어려운 데다 환금성마저 제약되는 만큼 거래 제약이 없는 곳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생명 FP센터 이형 부동산팀장은 "수도권과 강원권에도 꼼꼼히 찾아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면서 재료가 있는 곳이 더러 있다"며 "이런 곳을 찾아 단기 투자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