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건국 40주년을 맞아 공공기물 파괴자나 부랑자에게 태형(채찍질)을 실시하는 경찰 국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65년 8월9일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후 정부의 엄격한 통제 감독을 통해 경제대국이 됐지만 이제는 이 같은 통치방식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9일 건국기념일 축사에서 "싱가포르를 활기차고 국제적이며 에너지가 넘쳐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국가를 새로 건설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나라를 31년이나 통치했던 리콴유의 장남인 리셴룽은 지난해 유능한 행정가이자 '대리 집권자'였던 고촉동으로부터 총리직을 물려받은 후 각종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외설 쇼로 유명한 파리의 명물 '크레이지 호오스(미친말)' 카바레를 들여오기로 했고,카지노 건설도 허용했다. 카바레나 도박장을 드나드는 것은 모두 부친 리콴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고 해서 금기시했던 것들이다.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총 1억2200만달러가 투자된 국립도서관이 문을 여는 등 문화진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 같은 노력을 통해 10년 안에 외국인 관광객 수를 지금의 두배인 1700만명으로 늘리고 이들의 소비지출을 연간 180억달러로 세 배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이 같은 리 총리의 구상에 대해 "싱가포르가 엄숙한 이미지를 벗으려면 외국인 관광객들을 깜짝 놀라게할만한 것들(Wow factor)이 필요하다"고 말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이 같은 변신은 건국 40주년을 맞으면서 경제 도약의 에너지가 고갈되는 '중년의 위기'가 나타날 조짐이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항만과 금융 허브를 표방해 건국 이래 연 평균 8%씩 경제가 성장해왔으나 아시아통화위기 이후에는 2분기 연속 성장률이 뒷걸음질치는 경기침체가 세 차례나 나타났다.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인 1000명당 9.4명으로 떨어졌고 부자가 된 국민들이 인근 말레이시아로 도박관광을 떠나면서 관광수지도 위협받고 있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리 총리의 새로운 시도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연 4%에 달해 올해 정부의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2.5~4.5% 달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