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기업 80% 이상은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는데요. 하지만 윤리경영에 필요한 조직을 둔 곳은 30%정도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필요하긴 하지만 실천에는 소극적이라는 얘기인데요. 오늘은 윤리경영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윤리경영을 책임지고있는 윤리경영 전도사 김경복 한국전력 중앙교육원 원장을 모셨습니다. 앵커> 김 원장님은 평소 윤리경영의 필요성에 대해서 강의를 많이 하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윤리경영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을 해주시죠. 김경복 원장> 한때 기업문화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윤리경영이란 말이 유행해요. 윤리경영이란 말은 미국의『존슨앤존슨』이 1930년 처음 썼고, 1943년『Our Credu』란 윤리헌장을 발표했습니다. 2001년 미국 엔론사 회계부정사건과 일본 유끼지루시(雪印)유업의 우유를 마시고 1만4천명이 식중독에 걸린 사건 이후로 윤리경영을 주창하는 기업들이 많아 졌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윤리경영을 맨 처음 주장한 사람은 2,500년 전의 공자입니다. 이때는 춘추말기 시대인데요. 다른 말로 표현하면, 『패권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이 곧 법이였던 세상입니다. 정글의 법칙이지요. 문화와 윤리는 공유가치를 바탕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그런데, 문화는 공유가치를 만드는데 힘에 의존하는 부분이 커요. 인류역사를 보면 촌락문화 → 도시문화 → 국가문화로 발전하는데, 문화영역이 커질수록 힘에 의존하는 부분이 점점 커집니다. 그리고 문화라는 것은 굉장히 보수적입니다. 문화를 가꾸는 인간자체가 보수적이니까 문화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책에 봤더니 인간이 굴을 발견해서 먹는데 500년이 걸렸다고 해요. 보수적인 사람이 문화적 힘을 지향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 문화가 썩는 것입니다. 윤리는 힘에 의존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밀림에는 정글의 법칙도 있고, 자연법칙도 있습니다. 정글법칙만 있다면,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들만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영양도 살고, 새도 살고, 나비도 살잖아요. 힘센 놈만이 꼭 살아남는 것은 아닌 것이지요. 요즈음, 윤리경영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공자가 살던 시대와 지금의 상황이 비슷한 것입니다. 힘에 너무 의존하다 보니 병이 생긴 것입니다. 공자가 주장한 윤리적 사회의 키워드는 힘센 자에게 "겸손"이고, 힘없는 자에게는 "양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윤리경영이란 것도 같습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 10곳 가운데 7곳은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는데요.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윤리경영의 필요성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죠. 김경복 원장> 영국의 Economist지에서 지난 2000년에 세계의 석학들에게 20세기를 보내면서 우리 인간이 반성해야 할 점은 무엇이며, 21세기를 맞이 하여 덕목으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질문에 대한 대다수 석학들의 답변이 하나였습니다. 『Intellectual Humility, 지식적 겸손』입니다. 지난 세기는 너무 겸손하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좀 겸손해 지자는 것입니다. 2,500년 전의 공자의 말씀과 똑같은 답이 나온 겁니다. 오늘날의 세상을 보세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힘이 잔뜩 들어 있지 않습니까 ?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윤리경영의 필요성은 밀림에 정글의 법칙이 아닌 자연의 법칙이 작용하여 모든 짐승들이 밀림의 세계에서 공존하자는 것입니다. 앵커> 하지만 윤리경영에 대한 실천은 아직 우리 기업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기업들의 윤리경영 실천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경복원장> 윤리는 국민성, 역사,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존슨앤존슨』,『GE』등의 기업에서 윤리경영을 잘하고 있으니까 그 기업들의 윤리경영 시스템이나 윤리헌장을 모방해서 윤리경영체제를 갖추고자 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렇게 하면 껍데기만 윤색할 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윤리경영이나 윤리적 사회를 구성하는 데는 구성원이 윤리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로마 공화정때 Virutu 개념이라든가 미국이나 일본의 정의감, 분배정신 같은 것들을 말하는데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조직의 활력소 같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를 보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외침을 많이 받았지만, 500년 이상을 잘 버텨 냈습니다. 임금이 훌륭하거나, 나라가 강성해서 버텨낸 것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윤리적 가치는 君師父一體(三統爲一)였는데, 이 정신으로 백성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나라를 구한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엔 조선시대의 삼통위일 정신과 같이 모든 백성을 아우르는 공유가치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윤리국가, 윤리경영을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윤리경영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은 기업이 창업정신, 기업목표 등과 관련해서 구성원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활력소를 찾아 그것을 밑바탕에 까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최고 경영자의 경영의지입니다. 앵커> 한국전력의 경우 윤리경영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습니까? 김경복 원장> 한준호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주창한 것이 윤리경영입니다. 저는 교육만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라 교육 부분만 말씀드립니다. 우리 교육원의 교육이념은 자유를 기반으로 한 겸손과 양심입니다. 그래서, 관리자들에게는 봉사적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가르칩니다. 커리큘럼에 신입사원들을 관객으로하여 연극도 하고, 신입사원과 함께 파티를 하는 과정도 있으며,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가서 봉사하는 시간도 있습니다. 전직원 대상으로 연간 20시간의 인터넷 On-Line으로 윤리경영교육을 실시하고, 조직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 층에게는『선도요원 교육』 이라고 해서 윤리경영에 대한 심화교육을 실시합니다. 옛날에는 훈육적 방법에 의해 교육했지만, 윤리교육을 훈육적 방법으로하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교수들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안내자가 되어 교육생들이 스스로 느끼게 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활력이라는 것이 생기고 무엇이 윤리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김경식기자 k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