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첨단 LCD관련 기업들이 한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좀처럼 해외이전을 꺼리는 일본 기업이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세계적 반도체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와 LG 등에 납품하기 위해서다. 삼성과 LG는 사실상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으며 엄청난 부품과 원료 등을 국내외에 발주,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11일 경기도에 따르면 2002년 7월 이후 일본 기업의 투자는 30건 13억9400만달러에 달한다. 이로 인한 직접 고용효과만 8000명으로 예상된다. 특히 30건 중 24건이 삼성,LG와 연관된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관련업체다. 이들 기업은 경기도 평택의 어연·한산,추팔,현곡,포승과 파주 등 산업단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은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건설 중인 화성 동탄공장,충남 탕정공장이 있고 또 LG필립스LCD의 파주LCD공장과 가까워 납품공장으로 최적의 위치다. 이재율 경기도 투자진흥관은 "일본 첨단기업들이 경기도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삼성 LG 등에 납품은 물론 한국을 동북아 시장 거점기지로 삼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2004년 초 4000만달러를 들여 평택 포승단지에 LCD포토마스크(LCD유리기판 위에 반도체의 미세회로를 형상화하는 작업) 공장을 세운 호야도 삼성에 납품하기 위해서다. 경기도는 포토마스크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는 호야를 유치하기 위해 '삼고초려'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스미토모(5억달러),니토텐코(1억달러),치소(900만달러),NHT(1억5000만달러),알박 계열 4개사(4300만달러),후쿠카와전공(300만달러),NEG(2억7000만달러) 등도 대규모 투자를 했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 첨단기업들이 국내에 잇달아 투자하는 것은 우리 기업이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며 "과거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제는 대등하거나 오히려 일본 부품을 지배할 수 있는 기술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