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관광객 있나 한번 보세요"..남대문 원.엔 환율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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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분 동안 서서 보세요.
일본 사람이 오는지."
11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가방가게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느냐는 질문에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곤니치와(안녕하세요)."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상인들이 줄지어 늘어서서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으려 했지만 가던 걸음을 멈춰서는 일본인은 많지 않았다.
작년 한 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었던 한류 열풍이 시들어진 가운데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 등으로 일본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호텔 및 관광업계 경기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00엔당 1000원선이 붕괴된 이래 현재 910원대로 떨어진 엔화 가치도 다른 악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 대비 15~36%씩 증가하던 일본인 방문객 수는 5월과 6월 들어 각각 9.8%와 14.3% 감소했다.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제정(3월)과 후소샤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4월)가 2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투숙객 중 일본인 비중이 60% 이상인 코리아나호텔은 작년 같은 시기와 올해 초에 비해 현재 투숙객이 10~15% 줄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도 "원래 8월은 비수기라 일본 관광객이 적은 편이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줄었다"며 "면세점도 독도나 교과서 파문 이후 손님들이 줄어든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인사동에서 전통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정인현씨(38)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줄어들었다"며 "물건 값을 깎아 내놓아도 선뜻 집어들지 않는다"고 한숨 지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달부터 엔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업체 간 경쟁이 심해 일본 현지 판매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성경자 한국관광공사 시장조사팀장은 "이달까지도 일본인 관광객 감소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예년의 경우에 비춰봤을 때 9월은 돼야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신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오히토리사마(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일본 싱글 여성)를 겨냥하거나 새로운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등의 전략이 없으면 외부적 요인에 취약한 관광산업의 체질이 강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