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정책 금리인 콜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금리를 동결한 것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경기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증가가 수출둔화를 상쇄해 경기회복세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금통위는 금후 이런 경기동향 추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시장에 조만간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박 총재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시장의 금리인상 압력 요인은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우려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자금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다 적절한 자금 유출은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장단기 금리 간 괴리로 금리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책금리가 시중금리를 선도해야 하는 게 맞지만 역행할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말로 간단히 답했다. 장기간 저금리가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부동산 등 자산 거품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총재는 "저금리는 고용유지 및 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며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렇듯 박 총재는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금리인상 요인을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금리 결정'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경기 회복세만을 들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 회복 근거로는 6월까지 부진하던 민간소비 설비투자 생산활동 등 주요 지표의 개선을 들었다. 문제는 경제 주체들이 경기회복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한은은 이날 경기회복을 엿볼 수 있는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지 않았다. 4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소비자 기대지수나 실업률 증가 등 최근 통계를 접한 국민들로서는 경기회복세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한은은 보다 구체적인 지표를 공개하며 선제적으로 금리 대응을 하겠다는 믿음을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익원 경제부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