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금,'핑크골드'가 보석 등 귀금속 시장에서 인기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핑크골드는 일반 금(옐로골드)이나 백색금(화이트골드)과 달리 붉은 빛을 띠는 금으로 '로즈골드' 또는 '레드골드'라고도 불린다.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등 명품 브랜드들이 핑크골드 제품을 앞다퉈 선보이며 인기몰이에 한창이다.


그 대상도 반지 목걸이 팔찌 등 모든 액세서리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롤렉스 파텍필립 등 시계 전문 브랜드들도 올 들어 핑크골드 제품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올 가을 결혼예물시장에서 핑크골드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롤렉스가 이달 말부터 핑크골드와 스틸 콤비로 만든 오이스터 라인을 판매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오이스터는 롤렉스의 대표적 예물라인으로 핑크골드 소재를 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롤렉스의 한 관계자는 "올 봄 국제시계박람회인 바젤페어에 이 디자인을 선보인 후 한국에서 언제 시판되느냐는 문의가 많았다"며 첫 판매의 성공을 확신했다.


까르띠에는 지난 6월 핑크골드로 만든 여성시계 탱키씸므를 내놓았다.


금과 백색금으로 만든 탱키씸므 제품도 있지만 '분홍 금'의 인기가 가장 높다.


이 회사 홍보실 김은수 부장은 "핑크골드 시계는 150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웨이팅리스트가 길게 늘어서 있다"며 "다른 금에 비해 컬러감이 풍부하고 한층 젊어 보여 팬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까르띠에는 산토스드무아젤 파샤 등 60~70년 전에 태어난 클래식 라인에도 핑크골드 버전을 추가했다.


불가리의 핑크골드 에르곤 시계도 나오자 마자 완판됐다.


시계판 주변,태엽,바늘,숫자 등이 핑크골드로 만들어진 이 시계의 가격은 1900만원대.비록 국내에 소량 들여오긴 했지만 이처럼 큰 호응을 얻을 줄 몰랐다는 게 불가리측의 반응이다.


새로운 보석제품은 으레 금과 백색금 등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되던 전통이 깨지고 핑크골드가 중심 소재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패션스타일리스트 김희주씨는 핑크골드의 인기 요인을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는 패션성에서 찾았다. "값비싼 시계와 목걸이도 재산적 가치이전에 자신의 옷차림과 잘 어울리는 패션성을 가져야 된다는 게 요즘 소비자들의 생각이에요. 빨갛지도 샛노랗지도 않은, 핑크골드와 같은 뉴트럴 계열의 컬러는 어떤 옷과도 잘 어울려 멋내기가 쉬워요. 로맨틱하고 빈티지스러운 이미지가 지금의 패션 트렌드와도 딱 맞아 떨어지거든요." 핑크골드가 사랑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희소성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보석 디자이너 김정진씨는 "화이트골드나 옐로골드는 눈에 익어 서민적이라면 핑크골드는 고급스럽고 귀족스런 느낌을 준다"며 "핑크골드 제품을 애호하는 소비자들은 남과 다르다는 선민의식을 은근히 만끽하고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