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에 접어들면 현재 다니는 직장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사오정'시대를 지켜보는 신세대들은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승진'보다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꼽는다. 직업적인 성취도 좋지만 무엇보다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좋은 일터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인 트렌드에 맞춰 예비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 직장으로 떠오른 곳이 농협중앙회다. 지난 12월에 공채를 통해 170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때 입사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었다. 수적인 경쟁도 치열했지만 농협측이 깜짝 놀랄 정도로 우수재원들이 몰렸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금은 전남지역본부 보성군지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근일 계장(29)을 만났다. 농협은 대졸 신입사원이 계장으로 출발한다. ◆목표 뚜렷하지 않은 해외연수 너무 길면 '핸디캡' 1977년생인 박 계장은 군대를 다녀와 정상적으로 입사한 동기들보다 2년 정도 입사가 늦었다. 대학(전남대학교) 시절 2년 동안 영국과 필리핀 등지에 해외연수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1년6개월,필리핀에서 6개월을 지냈는데,연수시절 일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도 있다. 처음에는 접시닦기 등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는 그는 주방장으로부터 특유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요리부로 자리를 옮겨 요리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남들보다 더 의미있는 해외연수를 다녀와 보람도 느꼈을 터.그런데 뜻밖에도 "취업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를 했다. "요즘 면접까지 올라온 친구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3분의 2 정도는 연수경험이 있어서 연수경험만으로는 차별화가 안돼요. 오히려 동기생들보다 나이가 많아 입사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서 막연하게 '어학실력을 높인다'는 식의 해외연수를 너무 길게 갖는 것은 취업에 핸디캡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는 경쟁력이 없다" 매년 연말이나 연초에 실시되는 농협중앙회의 입사시험은 '서류심사→인·적성검사 및 업무능력 평가→실무진 및 경영진 면접' 등 비교적 평이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남들보다 자신을 얼마나 더 어필할 수 있느냐'가 입사 여부를 판가름하는 관건이 된다. 박 계장에게 취업성공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잡다한 취업정보를 멀리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면서 정보를 취득한 것이 가장 유효했다"고 말했다. "취업이 어려워지다보니 요즘은 취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이런 정보들을 일절 활용하지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 체험하면서 과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박 계장이 취업과 관련된 인터넷 정보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경쟁자들과의 차별화에 실패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몸으로 부딪쳤을까. "인·적성 검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준비할 때 농장생활을 직접 체험해보는 팜스테이 행사에 참여해 봤습니다. 몸으로 직접 얻는 체험과 피상적으로 획득하는 정보는 그 효과가 면접과정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거든요. 입사 하루 전날에는 서울에서 농림부 공무원,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쌀개방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농협과 연관된 이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보수적인 금융회사라는 조직의 특성을 고려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것도 나름대로 적중한 것 같다고 박 계장은 귀띔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썼을까. "평소에 새벽 시간이라고 하더라도 교통신호를 어기지 않습니다.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규칙은 규칙이니까요. 농협이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업종이라는 점을 고려해 '나의 장점'을 쓰는 곳에 이런 점을 강조했죠."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