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전 의원이 최근 발간한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는 삼성,현대,대우 등 우리나라 간판 그룹 회장들과 관련된 내용들도 적지 않다. 박 전 의원은 현대가 그 당시 추진했던 대북 사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금강산 관광사업이 10년 앞당겨 시작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회고록에 나오는 주요 그룹회장 관련 내용.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88년 10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을 만났다. 정 전 회장은 "앞으로 금강산 특구를 만들어 볼 생각이다. 철원과 속초에서 금강산을 자유롭게 출입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북한에서 '위대한 김일성 장군님'이라고 호칭하는 화면이 전국에 반복적으로 보도되면서 사업추진이 어려워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1980년부터 91년까지 신라호텔 등지에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이권과 관련된 부탁을 한 일이 없으며,정치자금 지원 같은 어색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2004년 둘째 딸 결혼식 때 이 회장이 축하금 100만원을 전해와 즐겁게 받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1988년 4·26 총선을 앞두고 김우중 전 회장이 끈질기게 만나자고 해 힐튼호텔 펜트하우스에서 만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김 전 회장이 윗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몇 차례 거절하다가 "약소하지만 고생하는 직원들 회식이나 시켜주시라는 작은 뜻입니다"라고 해 받았다. 청와대로 돌아와 봉투를 열어보니 보좌관실 직원 50여명이 회식을 몇 백번 하고도 남을 큰 돈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다음날 김 전 회장을 다시 만나 봉투를 돌려줬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