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서울 강남 등의 집값 안정 해법으로 내놓은 주택 공영개발 방식이 자칫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강남 주택 수요의 대체 효과를 반감시켜 오히려 주택수급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판교신도시나 강북권 광역 개발 시점을 종합부동산세와 개발이익환수제 등이 완전히 정착한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달 말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여론 수렴을 위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개최한 '주택공급 확대 및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주문했다. 이날 공청회 참석자들은 세제 강화 등 수요억제책과 함께 수급 불균형 해소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오는 17일 토지 분야에 대한 제6차 당정협의와 24일 부동산대책 2차 공론조사 등을 거쳐 31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영개발,'주택 품질 악화' VS '폭리 차단' 손경환 국토연구원 토지주택연구실장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판교신도시와 주요 공공택지에 대한 공영개발로 임대주택이 늘어나면 강남 중·대형 수요의 대체라는 당초 기대 효과가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공영개발을 통한 저가형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공급이 강남 아파트의 희소성을 부각시켜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도 "공영개발 방식이 민간 건설시장의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주택공사의 일괄 발주로 주택의 다양성이 줄고 선택성도 제한받을 뿐만 아니라 주공이나 토지공사 등 공기업의 경영 여건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과도하게 부풀려 있는 분양가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에게 주택을 공급한다는 차원에서 공영개발 방식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도 "시공 입찰시 설계나 브랜드를 동시에 고려하면 공영개발 택지 내의 주택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공공 분양과 강력한 전매금지 제도를 실시하는 싱가포르식 공영개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북 재개발,개발이익환수제 선행돼야 강남권 수요 분산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 중인 강북권 광역 개발에 대해선 재원 조달과 사업 장기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고 원장은 "강북권 광역 개발로 뉴타운 사업 규모가 커지면 사업기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토지보상비 등 막대한 재원 조달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도 "강북 광역 개발은 인프라 확충의 한계와 보상비 지급에 따른 인근 부동산 시장 불안 초래 등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다"며 반대했다. 그는 "강북의 중대형 주택공급 비중을 현행과 같은 15~20%로 유지하면서 우선 개발이익환수 체계를 구축한 뒤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도 "시중의 유동자금이 이제 강남과 분당은 물론 강북 개발 지역으로까지 몰리고 있다"며 "강북 재개발이나 판교신도시는 종합부동산세제와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개발이익환수제 등이 정착되는 시점에 개발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시기상조' 참석자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손 실장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 비교적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투기 수요를 유발하고 일반 아파트의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보다는 강남 인근 지역의 군부대나 공공기관 이전 적지를 활용한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며 "재건축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후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