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보관업체인 라이프코드 이강석 부장은 며칠 전 퇴근 후 집에서 TV를 시청하다 깜짝 놀랐다. 뉴스에서 회사의 감자 소식을 얼핏 들었기 때문이다. 주식 담당자인 이 부장이 회사의 감자와 같은 주요 업무를 모를리 없었다. 나중에 '라이프코드(옛 국제정공)'와 사명이 비슷한 '라이브코드(옛 벤트리)'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란 것을 알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부장은 "최근에도 라이브코드와 관련해 우리 회사로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코스닥기업 중에는 이름이 비슷해 혼동을 일으키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특히 영어로 된 종목명 중 '유사 상표'가 많아 투자자들이 헷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휴대폰용 마이크로폰을 만드는 '비에스이'와 모니터 등 컴퓨터 주변기기를 만드는 '비에스지'가 대표적인 예다. 전자카드 제조업체인 '케이비씨'와 네트워크 구축업체인 '케이디씨',스마트카드업체인 '케이비티'와 조립금속제품 제조업체인 '케이피티'도 투자자들이 서로 혼동하기 일쑤다. 조선기자재주로 꼽히는 '태광'(배관용 관이음쇠)과 '태웅'(자유단조)도 마찬가지다. 종목명이 흡사해 투자자들이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두 회사는 주가마저도 1만원 안팎으로 엇비슷하다. '심텍'(반도체 인쇄회로기판)과 '썸텍'(정밀의료기기)도 회사 이름이 유사한 케이스다. 카메라폰용 렌즈 등을 만드는 '세코닉스'와 디스플레이 부품을 생산하는 '새로닉스'도 닮은꼴이다. 거래소시장의 '백산'과 '무학주정'은 코스닥시장의 '백산OPC','무학'과 혼동되기 쉽다. 이밖에 나모텍-아모텍-모아텍,위디츠-위닉스-위다스,대양이앤씨-대원씨앤에이-대원씨아이,씨앤에스-C&S마이크로-C&S디펜스,바이넥스-바이넥스트창투,코미팜-코미코-코다코,스타맥스-코스맥스-코맥스,에스에프에이-에프에스티-에프에스텍 등도 투자자들이 유사 종목 때문에 애를 먹기도 한다. 종목명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이름이 자주 바뀌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일부 업체는 업종마저 엇비슷해 투자자들이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때로는 타사의 실적 부진 등으로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헷갈릴 경우가 많다"며 "타사의 악성 루머로 인해 이름이 비슷한 회사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