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첫 근대 미술사학자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의 미공개 자료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우현 탄생 100 주년을 기념,12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개막된 '한국미학의 선구자,우현 고유섭의 생애와 연구자료'전에는 우현의 육필 원고와 저서 초판본을 비롯 탑 건축 회화 등 다양한 사진자료 200여점이 출품됐다. 그가 남긴 자료 중에는 경주 불국사,영주 부석사,개성 천마산 영통사지 오층탑,개풍군 현화사지 칠층석탑 등 당시 모습 그대로 찍은 사진들이 적지 않다. 특히 경주 불국사를 찍은 사진에는 현재 복원된 모습 이전의 휑한 모습이 눈에 띈다. 전시 자료들은 우현의 제자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초우(蕉雨) 황수영 박사가 동국대박물관에 기탁해 보관해 오던 것들로 한국 근대 회화사 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현은 일제시대에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미의 특징을 정립한 인물이다. 또 미술사의 실질적인 개척자로서 1933년 개성시립박물관 관장 시절 언론매체를 통해 민족문화재에 대한 재인식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미의 특징을 '무기교의 기교' '비정제성' '구수한 큰 맛' 등으로 표현했다. 조선시대 대표적 자기인 분청사기라는 명칭을 도입한 이도 우현이다. 그의 미학적 지식은 '한국탑파(塔婆)의 연구'라는 저서에서 잘 드러난다. 1936년부터 1941년까지 집필한 탑파연구는 서구미학을 한국미술에 구체적으로 적용시킨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고유섭은 후학양성에도 힘써 황수영,진홍섭 전 이화여대 교수,혜곡(蕙谷)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뛰어난 후학들을 배출해 냈다. 전시는 18일까지.(032)433-171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