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대출 기업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으로 엔화대출의 원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원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과거 1~2년 전에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1년 전에 100엔당 1040원대 환율에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현재 환율(924원) 기준으로 대출원금이 11%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엔화가치가 원화에 비해 하락하면서 원화로 환산한 대출원금이 그만큼 감소한 것이다. 원·엔 환율이 1200원을 웃돌던 지난 2003년 하반기에 대출을 받은 기업은 원화표시 대출원금이 무려 23%가량 줄어들었다. 국내 기업이 시설자금 또는 운영자금으로 엔화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잔액은 작년 말 현재 9조5000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대출 이후 환율 하락폭을 평균 10%로 가정하면 엔화대출 기업들은 약 1조원에 가까운 환차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김학명 기업은행 국제부 차장은 "2~3년 전에 엔화 시설자금 대출을 받은 기업은 저금리(연 2~3%)에다 환율하락 효과까지 고려하면 거의 공짜로 돈을 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엔화대출을 미리 갚겠다는 기업뿐만 아니라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갈아타려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1개월 동안 엔화대출을 원화대출로 갈아타려는 신청 건수가 30건이 넘어섰다"면서 "엔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쌀 때 대출을 미리 갚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엔화대출 1억원을 사용하고 있는 H기업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거의 바닥권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화대출 금리도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원화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기대해 신규 대출 문의도 있지만 현재 환율 수준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신한은행 외화대출팀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바닥을 쳤다는 관측이 우세하다"면서 "대출 이후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환율 수준에서 신규 대출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8일에는 902원까지 떨어진 뒤 반등세로 전환,12일 현재 924원을 기록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