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2억달러에 불과했던 한·일 무역 규모는 지난해 680억달러로 300배 이상 불어났다. 양국 경제교류는 '아시아 경제권'의 중심축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일 경협을 '업 그레이드'시키느냐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8일 도쿄시내 한국기업연합회 사무국에서 한·일 학계 및 업계 대표를 초청, '21세기 신 한·일 경협 시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 참석자=가사히노부유키 슈메이 대학교수(경제학,한국경제발전론),국중호 요코하마 시립대학교수(일본경제,재정학),김미덕 미쓰이물산 전략연구소 연구원(조선경제),김재숙(무역협회 도쿄지부장) 사회=최인한 도쿄특파원 > ◆사회=경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동북아에서도 경제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가사히 교수=역내 국가들 간의 경제발전단계 내지는 수준 차이가 워낙 커서 동시에 추진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산업 발전이 빠른 국가들부터 먼저 추진한 다음 수평적 분업을 확대해 나가면서 단계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현실적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먼저 경제통합을 이룬 다음 중국을 끌어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국 교수=경제 통합이 성공하려면 비교 우위가 약한 산업이나 계층의 불만을 정치적으로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정치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한·일 2개 나라부터 시작,확대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김 연구원=동북아 공동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과 긴밀한 일본의 입장에선 중국을 포함하는 공동체 추진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을 포함한 경제공동체를 추진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종합해볼 때 한국이 동북아 공동체 성공의 키를 잡고 있다고 봅니다. ◆사회=역사교과서 파동 등으로 인해 작년 11월 이후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만. ◆국 교수=일본의 농산물 시장 개방 폭이 최대 걸림돌입니다. 농촌지역구 의원들이 개방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차세계대전 후 경제발전 과정에서 대미관계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 왔습니다. 이제 일본은 아시아에 대해 좀더 배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본은 이런 관점에서 FTA 협상을 좀더 전향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사히 교수=정부 주도로 FTA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정치사회적인 반작용에 비해 실효성이 기대이하일 수 있습니다. 민간 기업이 상호 필요에서 상대국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거나 직접 투자를 확대해 가는 방식이 낫다고 봅니다. ◆사회=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상이 한·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가사히 교수=중국이 절상을 계속할 경우 중국내 산업별 기업별로 승자군과 패자군이 차별화되고,한·일 관련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평가 절상이 지속될 경우 한·일 기업들의 중국공장이 자국으로 회귀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입니다. ◆사회=늘 하는 얘기입니다만 한국의 대일적자 해소 대책은 없을까요. ◆김 지부장=2007년부터 본격화되는 베이비붐세대의 대량 정년 퇴직 시대를 맞아 퇴직 일본 기술자나 전문가를 한국측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사히 교수=일본의 시장 장벽이 높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한국 기업들의 시장 공략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식'으로 시장을 뚫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 소비자 내부까지 파고들어 마케팅을 하거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합니다. ◆국 교수= 일본 특유의 '공동체 의식' 때문에 외부 상품이 뚫고 들어가기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 규제나 일본업계의 장벽을 피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한 비즈니스에 큰 찬스가 있다고 봅니다. 네티즌을 만족시킬 수 있으면 오프라인의 기존 시장장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대중 문화 상품이 히트한 것도 소비자를 직접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사회=21세기에 양국이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조언을 해 주시지요. ◆김 연구원=역시 민간 기업 차원의 제휴 확대가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삼성과 소니 간 제휴 추진 등 가시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국 정부는 과거사 정리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미래 마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라고 봅니다. ◆가사히 교수=한국은 일본 기술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발전에 필요한 '제조 기술' 부문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확대해 세계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현명하다고 봅니다. 경제분야는 물론 이공계 의학계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의 교류를 확대해야 경협기반도 튼튼해진다는 생각입니다. ◆김 지부장=가사히 교수의 의견에 동감입니다. 한·일 대기업이 공동으로 R&D(연구개발)를 투자한다든지,신규 사업을 벌이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양국의 미래를 위해선 신세대 교류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단체 등 민간 차원의 교류도 마찬가지입니다. ◆국 교수=한·일 양국의 공존 공영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공통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한·일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리드할 역량이 있습니다. 정리=최인한 도쿄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