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日보따리상 발길 '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본 세관이 이달 들어 한국산 의류에 대한 통관 절차를 대폭 강화하면서 동대문시장 도매상가에 비상이 걸렸다.
동대문 최대 해외고객인 일본 보따리 상인들의 발길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세관은 자국 의류상들의 수입금액 허위신고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동대문 일대를 방문,주요 수입 의류 가격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세관 통과하는 데만 2시간 이상 걸려
"8월1∼5일까지 5일간 일반통관 부문에 신고된 한국산 의류에 대해 가격조사 등 집중단속을 실시합니다.
집중 단속 이후에도 (일본 세관이) 계속 가격심사를 엄격히 할 것으로 예상되니 각 회원사(관세사)들은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도쿄통관업협회 나리타 지부가 일본 세관과 간담회를 가진 직후인 지난달 말 각 회원들에게 보낸 공문 내용이다.
일본 세관이 이처럼 한국산 의류 수입금액 허위신고를 뿌리뽑겠다고 작정한 것은 작년 말이다.
동대문의 한 청바지 도매상 A씨는 "일본 세관원이 지난해 12월부터 수시로 동대문에 찾아와 일일이 가격과 상품을 대조하는 등 실태파악을 해왔다"고 귀띔했다.
한 수출대행업체 대표 B씨는 "예전엔 영수증이나 송장만 보여주면 통과되던 게 지금은 일일이 물품과 송장을 대조한다"며 "세관원이 지난해 파악한 자료들이 활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공문에서 적시한 사례에 따르면 일본 수입업자가 니트 한 벌을 수입할 때 한국 상인(운송업체 포함)에게 지불한 실질 금액은 1000엔인데도 불구하고 영수증(송장)엔 200엔으로 줄여 신고한다는 것이다.
고동철 무역협회 동대문외국인구매안내소 소장은 "한국에 정식으로 신용장을 개설하고 거래하고 있는 일본 대형 의류업체들의 민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속 타는 동대문 상인들
일본 세관의 단속 강화로 동대문시장에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의류도매상과 수출대행업체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동대문 의류 도매상은 "8월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일본 상인들의 발길이 지난달보다 20∼30% 정도 준 느낌"이라며 "그나마 찾아오는 일본 상인들도 관세가 올라갔으니 가격을 깎아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수출대행업을 하고 있는 이강운 대표는 "수출입 대행업체 입장에선 더 이상 송장 기재 금액을 낮출 수 없어 관세를 이전보다 몇 배 더 내게 됐다"면서 "관세가 올라간 만큼 일본 상인에게서 받는 운임을 올리니까 일본 상인들도 국내 의류 도매상에게 가격을 더 깎아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남 동타닷컴 대표는 "일본이 한국산 의류에 관세를 철저히 물리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한국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어서 일본 상인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